그대에게 쓰는 연서戀書

이름을 벗고

by 외별

<이름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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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할 때 가끔은 당신의 본질보다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때가 있습니다. 이름이 내 인식의 영역 속에서 당신의 본질을 규정하려고 드는 때가 있습니다. 본질을 떠올리기보다는, 주문처럼 이름을 외는 것이 쉽게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방법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노라 착각을 하던 때도 가끔은 가끔은 있습니다.

하지만 압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버리고서도 여전히 당신임을 내가 압니다. 당신을 당신답게 하는 것은 당신의 이름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자를 들먹이며 당신을 안다고, 당신을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그리워할 때 당신의 이름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버리는 것처럼 당신의 외투를 모두 버리기로 했습니다. 당신을 당신으로 서게 하는 당신만의 본질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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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나도 나의 이름을 버리고 이름이 입혀준 옷을 모조리 버리기로 했습니다. 모두 버린 가벼운 몸으로 당신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나를 나이게 하는 정수만을 뽑아 당신 앞으로 나서겠습니다. 이름을 벗겨낸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이름을 던져버린 내가 가볍습니다. 36.5도의 체온으로 내 속의 당신과 내 속의 내 세상이 뜨겁습니다.

오늘이, 당신과 함께 어깨를 걸고 걸어가는 세상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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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벗고>



늘 보고 싶은 마음에

내 짧은 속눈썹 아래에

당신의 이름자를 적어 놓았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당신의 이름이 눈을 찔러 눈물만 흐르고

도통 당신을 읽을 수 없습니다


눈물을 끊으려 질끈 눈을 감고 보니

이름 뒤에 계신 당신이

이름을 벗어 둔 채 걸어 나오고

비로소 머릿속이 환합니다

나도 당신을 따라 이름을 버립니다

제대로 보입니다

당신,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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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畏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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