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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민 Oct 06. 2023

배낭 메고 히말라야에서 가장 큰 빙하로 향하다

앞으로 100KM 동안 인간을 못 볼 예정이다.

 

 


케이롱에서 버스로 2시간을 달려 우다이푸르에 도착했다. 우다이푸르는 트레킹 시작점인 칸쥬르에서 30km 떨어진 마을이다. 지도에서 칸쥬르 들어가는 길목을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서 들어오는 아무나를 기다렸다. 마을 여자애들은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새침하게 사과 3개를 건네주고 갔다. 희망을 잃어갈 때쯤 차 한 대가 들어섰다. 나는 열정을 다해 등산 스틱을 흔들어대었고 우리는 뒷좌석에 탈 수 있었다. 프렘은 근처 마을 중학교의 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안 걸어도 되어서 행복한 나, 우리를 태워준 교장선생님 프렘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프렘은 자신은 여기서 이만 돌아가봐야겠다고 했다.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트럭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작별인사를 하다가 달려가서 칸자르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라오잔은 칸자르 마을 사람인데 친절하게도 트럭 뒤 빈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했다. 라오잔은 캉라 고개를 두 번 넘어봤다고 했다. 여행사와 원정대를 꾸려서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빙하 지대를 건널 때는 필수품인 로프를 안 가져왔다는 말에 그는 눈을 실처럼 가늘게 만들면서 “크레바스가 많은 지형이라 위험할 텐데, 로프는 가져가는 게 좋을걸? “라고 했다. 그러나 슈퍼 하나 없는 히말라야 마을에서 전문 등산장비를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라오잔의 집 

칸쥬르 마을에 도착했다. 좀 더 걸어서 텐트를 칠 수도 있었지만, 요리하는데 필요한 가스를 아끼기 위해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추수 시기인 8월 말이라 홈스테이 가족은 모두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있었다. 길 가에 앉아 기다리는 우리에게 마을 할머니가 각 수확한 강낭콩을 건네주셨다. 강낭콩이 이렇게 맛있는 건줄 처음 알았다. 라오잔네 가족은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저녁은 밀가루 반죽 안에 감자를 넣어 부친 알루 파라타와 야채 볶음이었다. 



갓 수확한 강낭콩은 톡톡 터지며 은근한 단 맛을 혀에 흩뿌렸다. 엄청 맛있었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밀크티를 가져다주시면서 말은 한마디 안 통해도 우리와 함께 앉으셔서 꼭 한 잔을 다 마시고 가셨다. 침묵 속 간간히 밀크티 넘기는 츄릅츄릅 소리만 들렸다. 우리는 바디 랭귀지로 캉라를 넘어 라다크로 갈 계획이라고 설명드렸더니 할머니가 땅을 향해 손을 휙휙 저으셨다. 아마 크레바스를 조심하라고 말하시는 것 같았다. 환한 미소에 더 두드러지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주름은 걱정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그렇게 지붕 아래 포근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할머니는 길까지 나와서 조심히 가라며 따뜻하게 배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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