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빙하트레킹] 길 없는 길 위에서 - 6

빙하를 녹여 끓인 라면은 무슨 맛일까?

by 메이슌
열흘 치의 먹을거리


백패킹의 꽃은 역시 캠핑 요리라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인도 슈퍼마켓에서 이것저것을 구입해 왔다. 말린 야크 치즈, 라면, 김, 미역, 흑설탕, 토마토 수프 가루, 참치캔, 초코파이, 각종 바, 포하(인도식 납작쌀), 오트밀, 콩고기, 뭉달 당면(녹두 당면), 양파, 마늘, 대추야자, 치아시드, 아몬드, 호두까지. 이 재료들로 열흘간 손이 가는대로 조합해서 먹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독한 모레인 지형 위의 하루도 결국 끝이 났다. 돌덩이처럼 뻣뻣해진 허리와 어깨에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저녁에 먹을 라면 생각 덕분에 지옥 같은 빙퇴석 구간을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라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텐트를 해 떨어지기 직전에 겨우 치고 드디어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텐트 근처에는 깨끗한 수원이 없었다. 그렇다고 라면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청록빛 빙하 녹은 물을 길어다 팔팔 끓였다. 배탈이 나지 않기를 빌면서.


라면 하나에 참치 반 캔을 넣고, 미역도 듬뿍 풀었다. 빙하수로 끓여 이상한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한 젓가락은 지금껏 먹은 라면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맛있었다.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 푹 적신 면발은 고단한 하루에 날 서 있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입으로 들어가서 영혼까지 녹이는 라면에 무한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히말라야 저녁 공기 속, 라면 하나 먹으며 참으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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