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여름 아주 원 없이 물놀이를 즐기고 여름방학 끝과 함께 두 아이 모두 차례차례 열이 났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터라 의연하게 대처했지..
일상으로 복귀 후 늘 그렇듯 하원 후 소아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우리 현이들 왔구나!"
반겨주는 간호사님들을 볼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민망함이 공존한다('오늘도 왔어?' 이렇게 속으로 말하는 것 같은 나 혼자의 기분 ㅎㅎ)
애들 아픈 게 한 명이 열이 나면 잠복기 5~7일뒤 또 다른 아이가 열이 나고 이런 식의 퐁당퐁당으로 거의 한 달에 3주 이상은 소아과를 들낙거리는 초초단골손님이다 허허허...
아이들 감기가 가볍게 온 것 같아서 들른 소아과에서 첫째가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 오늘 안 왔으면 큰 일 날 뻔했네!
소아과 여름휴가 8월 15일~ 8월 18일(4일간)
일요일에도 격주로 문을 여는 소아과인데 4일을 쉰다고? 휴가 하루전날 진료를 보고 미열이 오르락내리락하던 첫째는 항생제를 바꾸며 3일 치 약을 추가로 더 처방받았다. 미열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이번약 먹다가 괜찮으면 이틀만 먹고 끊으라는 의사말에 다행이다 싶었다
이틀만 먹이고 끊으려고 했는데 미열이 애매하게 있는 느낌이었다. 미열이 오래가고 아이가 처지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해열제를 하루에 한 번 많으면 두 번까지도 먹였다. 그러면 또 언제 열이 났나 싶을 정도로 격하게 노는 아이다. 결국 3일 치 약을 다 먹이고 더 먹을 약이 없어서 항생제투약은 토요일 오전을 기점으로 강제종료 되었다.
여전히 37.4 ~ 37.9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일요일 밤
오늘밤만 잘 버티면 내일 어린이집 끝나고 또 단골 소아과를 가야지 마음먹고 잠이 들었다.
뒤척뒤척
옆에서 자는 첫째가 심히 뒤척인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뜨거워서 체온을 재보니 39도!! 새벽 2시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열보초 하며 시간마다 체온을 쟀다. 아이는 잠결에 열이 떨어졌는지 식은땀을 비 맞은 듯이 흘리고 잠이 들었다 나는 그 뒤로 잠을 자지 못했고 이 몹쓸 걱정열매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 열이 일주일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미열이긴 했지만) 좀 더 큰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 머릿속이 분주하다
새벽 7시
결국 나의 판단착오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오픈런예약을 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첫째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한 때는 이곳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었던 나는 아이들을 줄기차게 입원시키며 호갱짓거리를 하다가 결국 의사의 실수에도 직접 사과하지 않는 뻔뻔함에 다시는 안 가려던 그 아동병원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이곳은 오전에만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온다. 이곳에 오면 없던 병도 얻어갈 것 같은 느낌이라면 알겠는가?
그런데 아이가 아프니.. 지금 같은 시국에 대학병원 초진은 더 힘들 것 같고,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두 번 다시 마주하기 싫었던 병원장 진료를 내손으로 예약해서 가게 되었다
"아이가 새벽에 고열이 났는데, 특별한 증상은 없는데 미열이 지속되고 블라블라..."
청진기 진찰 후 귀랑 코내시경은 1초 컷이다. 귀지 때문에 내시경으로 귓속이 보이지도 않는데 이상 없다며 하는 말이
"일단 엑스레이 찍고 볼게요"
폐는 깨끗했다
"자..!! 이제 우리 현이는 어떻게 할 거냐면요?"
"피검사랑 소변검사 같이 할게요. 아이가 힘들 수 있으니 수액을 같이 걸어서 전해질 보충을 좀 하고~ 결과는 오전진료가 끝나는 시간이라 오후 진료 선생님한테 인계할 테니 검사결과 보고 약 처방받으면 됩니다"
"네네!!"
전해질 보충을 왜 영양제라고 잘못생각했던 거지.. 피검사를 받아보고 싶어서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주사실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울고불고 자지러지고... 그 조막 만한 손에서 피를 두통이나 빼고 수액을 건다
"현이야~ 이거 영양제인데 이제 이거 맞으면 힘이 나서 감기가 빨리 낫을 거야 아파도 조금만 참자"
멍청하게 전해질 수액을 영양제로 착각하며 이거 맞고 나면 낫겠지 기대하며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병원에 죽치고 있는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피까지 뽑은 5살
수액실은 의자만 몇 개 있고 침대도 없다. 에어컨은 너무 빵빵한데 담요도 덮을 것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점심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서 아이를 소파에 눕히고 내 티셔츠로 아이 다리를 덮어서 발가락을 조물조물해주니 잠이 들었다
2시가 되니 칼같이 검사결과 들으러 내려가라고 한다. 잠든 지 20분도 채 안된 아이를 혼자 놓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곤히 잠든 아이에게 집에 가자고 살살 흔들어 깨웠다
검사결과는? 백혈구 수치 높음 염증수치 높음 다른 건 이상무
백혈구 수치와 염증수치가 높으니 추가로 현미경 세포검사를 해보겠다고 했고, 호흡기검사를 한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의사가 조심스레 물어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비급여 16만 원짜리 호흡기 검사를 결제했다. 검사결과가 4일 뒤에나 나온다는 말에 의미가 없어서 그냥 바로 취소해 버렸다. 약도 이틀 치만 처방해 줬다
뭔가 뒤죽박죽이었지만 그렇게 약을 처방받아서 돌아왔고 약을 보니 항생제, 기침가래, 소론도정(스테로이드제), 유산균 이게 다였다
'감기가 오면 콧물기침은 세트 아닌가 어떻게 콧물약을 뺄 수 있지?'
의아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콧물이 없어서 그랬나 싶어 내일 원래 다니는 소아과로 가야지 마음먹었다
그날 저녁 싫다고 하는 아이의 귀지를 억지로 파주며 "현아 귓밥이 있어서 귀속을 볼 때 아픈 거야 귀지 때문에 잘 안 보여서 깊게 넣으니까.. 엄마가 안 아프게 겉에만 파줄게" 잔뜩 겁을 먹은 아이를 달래 가며 큰 귀지를 파내고 여전히 미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이고 잠을 재웠다
'왜 때문에 자꾸 열이 나는 걸까?'
다음날 원래 갔던 소아과에서 아이는 급성중이염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콧물이 심하지 않은데 이렇게 심하게 중이염이 온 거면 유행하는 균이 들어온 것 같으니 약을 바꿔서 주겠다고 한다. 먹으면 좋아질 건데 차도 없으면 그때 다시 검사하자고!!
이게 정상 아닌가?
급성 중이염이 왔는데도 나는 마음이 놓였다
일단 정확한 열이 나는 원인을 알았으니까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그토록 가기 싫었던 그곳 (아동병원)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기록하는 거로 우선 아이 회복에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