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인생의 철학

우주의 법칙으로 알아보는 인생

by MDJ

예전부터 전공 수업을 들을 때면 N의 사고방식이 그러하듯 수업 내용에서 의식의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집중을 못 한 적이 꽤 많았지만, 그러면서 깨달은 것도 많았다. 바로 자연현상에서 발견한 인생의 철학이다. 과학과 공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의 인생과 흡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고, 거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또한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이 얻은 깨달음이고, 대부분은 이러한 망상(?)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 망상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그럼 지금부터 공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인생의 철학에 대해 최대한 쉽고 재밌게 이야기를 해보겠다.


#1. 방전은 쉽고, 충전은 어려워


2차 전지 산업에 몸담을 예비 엔지니어로서 가장 먼저 가져와야 할 주제라고 느꼈다. 다들 상식적인 내용은 알겠지만, 더 심화된 내용과 더불어 인생으로도 연결 지어 보겠다. 우선 배터리라고 하면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바로 1차 전지와 2차 전지이다. 1차 전지는 우리가 아는 건전지로, 충전이 불가능하고 방전만 가능한 배터리이다. 이러한 배터리는 충전하여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계나 리모컨의 건전지처럼 다 방전되고 나면 다시 새로운 건전지로 갈아줘야만 에너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반면 2차 전지는 충전과 방전이 모두 가능하여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우리가 아는 노트북, 휴대폰, 전기차, 그 외 거의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내장되어 있는 배터리에 해당한다. 2차 전지의 메인 메커니즘은 바로 chemical energy와 electrical energy의 transition으로, 우리가 충전기로 공급한 전기 에너지가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되고, 이 화학적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기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배터리 내에는 음극과 양극이 있는데, 충전 시에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온과 전자가 이동하게 되고, 방전 시에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온과 전자가 이동하게 된다. 둘 다 이온과 전자가 이동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자발성의 여부이다.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침대에 눕는 건 매우 쉽지만 아침에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일어나는 건 매우 어렵다. 전자가 바로 방전이고, 후자가 바로 충전이다. 방전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기에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외부 회로를 타고 이동하면서 발생하게 되고, 충전은 비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기에 충전기를 연결시키지 않으면(또는 외부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가 외부 회로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자발성이라는 개념은 Gibbs free energy 개념과도 관련이 있는데, 쉽게 얘기하자면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머니의 스매싱이 없다면 자발적으로 기상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충전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게 우리가 방전되기는 쉽지만 충전하는 게 어려운 이유이다. 방전은 쉽고, 충전은 어렵기에 우리 또한 외부적인 힘이 필요하고, 그것은 맛있는 음식, 휴식, 또는 사랑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방전이 되어 에너지를 쓸 수 없는 상태라면 꼭 나 자신을 위해 충전시켜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어보도록 하자.


#2. 반대에 끌리는 건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심리 전문가 또는 연애 경험자(?)들은 보통 그런 얘기를 한다. 친구는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랑 사귀고, 애인은 다른 성격의 사람이랑 사귀라고. 사바사겠지만, 나는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내 이상형은 원래부터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고, 성격이 달라 배울 점이 많되 대화는 잘 통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러한 가치관이 내 세포, 더 미시적으로는 나를 구성하는 분자에서 기인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전공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토대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이온결합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소금(NaCl) 또한 이온결합 물질인데, 이온결합은 전자를 잃은 양이온과 전자를 얻은 음이온의 결합이다. 이 둘은 전하가 반대라서 끌리고, 서로의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만나 안정된 결정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온결합은 다른 결합에 비하여 상당히 강력하다. 이것이 바로 반대에 끌리는 이유이다. 이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chemical bonding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반대에 끌리며(모두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같은 전하를 가진 물질끼리는 척력이 발생한다. 이걸 인생의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만큼 많이 싸우고, 의견 조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르기에 나와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런 매력에 홀려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를 끌어당기게 된다. 반대에 끌리는 건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온 우주가 그렇다.


#3. 어떠한 결합이든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결합하여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어떤 관계든 견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는데, 바로 관계의 거리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 관계부터 연인 관계까지 전부 해당되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bonding energy가 증명해 준다. 다음 사진은 어떤 지점에서 Net energy가 최소가 되어 bonding을 형성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SE-adbfb9f3-735e-4fbc-a6ff-d650f1d6a2d7.png?type=w966 Net energy가 최소가 되는 지점은 attractive energy(인력)와 repulsive energy의 합이 최소가 되는 지점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두 결합 물질이 너무 가까워지면 척력이 발생하여 서로를 밀어내게 되고, 너무 멀어지면 인력이 감소하여 Net energy가 증가하게 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지점에서 Net energy가 최소가 되어 결합한다는 것이다(Net energy에 대해 설명하자면, 모든 결합은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며, 그 지점이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이온과 분자들도 안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이 과학적 사실을 우리의 인생에 적용하자면, 연인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서로를 사랑하기로 약속한 사람일지라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도 안되고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된다.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부족해져 정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져 정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뭐든지 적당히가 가장 중요하다.


#4. 모든 반응은 확산(Diffusion) 뒤에 반응(Reaction)이 일어난다


공업물리화학2를 가르치셨던 교수님께서 하셨던 인상 깊은 비유가 있다. 화학 반응을 사랑으로 비유하여 Diffusion을 소개팅하여 상대와 매칭하는 과정, Reaction을 상대와 맞는지 확인하고 깊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셨다. 그때 떠올린 생각들을 더 심화시켜 나만의 에세이로 녹여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가 아는 모든 화학 반응은 놀랍게도 Diffusion과 Reaction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자나 이온들이 바로 딱딱 만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남의 전제 조건으로 확산이라는 과정이 있다. 리튬이나 소듐 이온이 아무리 반응성이 좋은 알칼리족이라고 할지라도, 확산 없이는 반응을 진행할 수 없다. 결국 모든 반응은 확산 없이는 불가능하며, 흩어지고, 섞이고, 스며드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새로운 화학적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먼저 움직이고 다가가야만 비로소 반응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대단하고 능력 좋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탐색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스며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원자들조차 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음으로 반응은 확산으로 가까워진 후에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activation energy라는 것이 존재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활성화 에너지라는 산을 넘어야만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활성화 에너지의 높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가까운 거리로 좁혀졌다면 깊게 고민해 보고 어떻게 해야 이 산을 넘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냅다 비싼 선물을 주거나 마음에 확신이 없는데 고백해버린다면 이 산을 절대 넘지 못할 것이다. 산을 넘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촉매(Catalyst)이다. 촉매는 반응 과정에서 표준 Gibbs free energy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를 증가시켜주는 물질을 의미하며, 화합물이 성공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활성화 에너지)의 양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산의 높이를 낮춘다는 것이다. 이 촉매 또한 반응마다 종류가 다르며,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을 홀딱 반하게 할 매력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사람을 취향저격할 촉매를 찾았다면 반응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며, 그 사람과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5.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공유결합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다. 공유결합은 원자들이 각각 전자를 내놓아 전자 쌍을 만들고, 이 전자 쌍을 공유함으로써 형성되는 결합이다. 원자는 화학 결합 시 최외각 전자껍질에 8개의 전자를 채워 가장 안정한 상태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옥텟 규칙이라고 한다. 이 규칙을 만족시키기 위해 원자별로 자기에게 딱 맞는 전자 쌍을 가진 원자들을 찾아다니며 만나려고 하는데, 짝을 만나면 공유결합을 하여 서로에게 부족한 전자를 채워주게 된다. 이때 더 안정적인 결합을 위해 혼성화(Hybridization)라는 과정을 거쳐 혼성 오비탈을 형성하기도 한다. 인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사람은 감정이 있어서 외로움에 취약하고 나약한 면도 있다. 우리의 이런 부족한 면을 잘 인지하고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더 나아가 그러한 사람을 안정적으로 받아주기 위해 hybridized state를 형성하여 서로를 꽉 채워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의: 인생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온 이론들이므로 엄밀히 검증하고 가져온 것이 아니며, 생략한 부분도 많기에 과학적 사실을 검증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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