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무한성편>에 대한 고찰

약한 자를 싫어하는 아카자, 약한 자를 사랑한 하쿠지

by MDJ

최근 한 달간 나의 가슴을 깊게 울린 영화가 있다. 바로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귀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뻔한 스토리, 흐름을 끊는 과거 회상, 상황에 맞지 않는 억텐 등등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무한성편은 일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볼 영화도 없었는데 한 번 봐야지 하고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인상이 너무 깊게 남아 하루 종일 뻘 생각으로 귀칼에 대해 생각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하쿠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감정이 메마른 나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로봇 같은 나의 마음을 뜨겁게 녹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감상문을 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저번 사이버펑크를 보고 나서 썼던 게시글처럼 감정은 차치하고 고찰할 만한 요소들은 찾아보고 인생과도 연결 지어 귀칼 시청자들의 감상을 조금이나마 더 풍부하게 만들어보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전에 무한성편을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이 글 말고 다른 글들을 읽어주셨으면 한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보겠다.


1. 약함 속에서 강함을 찾은 시노부


개인적으로 탄지로, 기유, 젠이츠도 인상 깊었지만 시노부의 액션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별로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압도적인 강자인 도우마 앞에서 별 임팩트도 없이 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노부의 강인한 정신과 불굴의 의지가 인상 깊었기 때문에, 벌레의 호흡이 그 어떤 호흡보다도 멋져 보였다. 시노부는 회상에서처럼 매우 작은 체구에 약한 힘 때문에 귀살대원으로서 강점이 없었다. 하지만 시노부는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약함 속에서 강함을 찾았다. 바로 의사로서 치유하는 능력과 자체 제작한 혈귀를 죽이는 독이다. 무력이나 속도가 강한 주들은 꽤 많다. 시노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기 자신 빼고는 다 강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혈귀를 하나라도 더 많이 죽이자는 언니와의 약속을 통해 자기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찾아냈다. 그렇게 그녀는 주가 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강한 시노부마저 죽었기에, 다음 편에서 시노부가 보여준 노력과 의지가 어떤 결과로 증명될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1754035193580zw7j6.jpg?type=w966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2. 자격지심에 지배된 카이가쿠, 자격지심을 극복한 젠이츠


아마 이 전투로 젠이츠 팬이 상당히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찡찡대고 시끄럽기만 했던 젠이츠가 이렇게까지 멋지게 싸울 줄은 몰랐다. 이 둘의 전투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둘의 악연으로 엉킨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카이가쿠는 번개의 호흡 제1형 빼고 전부 쓸 수 있었지만, 젠이츠는 1형인 벽력일섬만 쓸 수 있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고 자격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마음가짐이었다. 젠이츠는 카이가쿠를 부러워하고 진심으로 존경했지만, 카이가쿠는 자신의 능력이 더 우월함을 주장했고 이 생각을 거스르는 스승의 생각을 무시하고 심지어 악인이라고 평했다. 본인이 혈귀가 되어가면서까지 둘이 라이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죽을 때까지 젠이츠에게 졌다는 사실을 부인했던 것 같다. 자격지심은 긍정적으로 극복하면 화뢰신을 쓴 젠이츠처럼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최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지배되면 본인의 무의식마저 속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괴물이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카이가쿠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1754232011371n9Gab.jpg?type=w966 표정에서부터 카이가쿠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3.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젠이츠의 대사 중에 이러한 대사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은 막연하게 내일도, 모레도, 살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건 단지 소망에 불과하고, '반드시'라고 약속된 것도 아닌데, 사람이란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대사이다. 비록 우리가 혈귀가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또한 이 냉혹한 사실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는 삶은 이상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은 현실이다. 이 사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때가 있다. 요즘 사건사고들을 보면 우리가 늘 보던 소중한 사람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느낀다. 이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건강하고 차를 조심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야 하고, 밤길을 조심해야 한다. 부정하지 않겠다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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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약한 자를 싫어하는 아카자, 약한 자를 사랑한 하쿠지


기유, 탄지로와 아카자의 전투신, 그리고 하쿠지의 이야기가 무한성편이 가장 성공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모든 서사와 액션이 완벽했으며 특히 영화관에서 볼 때의 생생한 사운드와 시야를 꽉 채우는 압도적인 화면이 우리에게 큰 감동과 벅차오름을 선사했다. 하쿠지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 보자면, 그는 아카자의 무의식에 어린아이 자아처럼 숨어지냈다. 아카자가 탄지로만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하쿠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코유키와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기에, 그 무게는 찬란한 삶을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유언마저 짓눌렀기에 그는 아카자로 부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부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 하쿠지는 죽었다. 그의 자아 또한 죽었기에 무의식에서 숨어지냈던 것이다. 하지만 탄지로와 기유는 무의식에 존재하는 하쿠지의 마음을 건드렸고 하쿠지는 아카자의 마음속에서 부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고, 자신이 강한 힘으로 지키고자 했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지 못했기에 지켜야 한다는 강한 동기만 남아 그것이 아카자의 수행으로 이어졌다. 그의 수행은 목적성을 잃었고,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왜 강해져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약한 자를 지킨 강한 자인 렌고쿠는 끝까지 본인의 임무를 완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삶을 선물했지만 약한 자를 운명적으로 지키지 못한 하쿠지는 끝까지 본인의 목적을 모른 채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시켰다. 그렇기에 그의 혈귀로서의 삶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쿠지는 낭만 있는 순애남이었고, 우리는 그의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아카자로서의 자아를 본인의 의지로 포기하고 하쿠지로 되돌아간 장면도 너무 멋있었고, 하쿠지를 안아주며 지옥까지 같이 따라가는 코유키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본 악역 중에 가장 매력 있고 낭만 있었던 것 같다. 아카자는 약한 자를 싫어했지만, 하쿠지는 약한 자를 아끼고 보살피며 누구보다 사랑했다.

A30W5Zkte%EF%BC%BFlULQX0JHbR0SMrqPpnzlvqzVyzhrqqe5d2drMwSXwJXS3vmpJHA60rgF3%EF%BC%8DPlLEvNHvJ4%EF%BC%8D525%EF%BC%8DNiA.jpg?type=w966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고찰이라고 생각할 만한 요소는 여기까지이다. 체인소맨이나 진격의 거인처럼 심오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사랑이 주는 힘을 온전히 배우고 느낄 수 있기에 정리해 보았다. 나의 감상과 고찰을 즐겁게 봐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개봉 예정인 무한성편 2편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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