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인식하는 인간,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이 시뮬레이션 밖에는 무엇이 있나?"
이 문장은 ‘AI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겠는가’라는 인터뷰 질문에 대해 일론 머스크가 남긴 답변이다. 이 답변을 들은 이후, 나는 세계의 경계를 인식하는 인간과 그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더 나아가 우주의 끝이라는 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인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지능 생명체인 인간이 구축해낸 인지적 성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동일하게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인식을 적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계를 인식하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을 전제하고 그러한 말을 했고, 사람마다 인식하는 세계가 다르다. 여기서 나는 ‘세계의 경계라는 것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어떤 영역이든 경계라는 것이 있다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경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증명은 결국 과학적 또는 철학적 사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매우 편협한 관점이며, 과학적 사고를 추종하는 나로서도 신이 있다는 주장(또는 믿음)에 대해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인식하고 바라보는 세계는 우주에 현존하는 실제적인 세계와는 다를 수 있다고(다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경계를 인식하는 주체인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당연하지 않게 같지 않을 수 있고, 실제 세계와도 전혀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정의한 시간이라는 관념이 시곗바늘로 보이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우주상수의 관점에서는 시공간 좌표, 또는 물리법칙의 계수로서 존재하며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해하는 시간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낸 척도이며, 실제 세계의 경계와는 다를 수 있다. 즉, 경계는 세계에 새겨진 선이 아니라 인식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면인 것이다. 양자역학에서의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관측 이전의 상태가 확정된 실재라기보다 확률적 중첩 상태로 기술된다. 즉, 관측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경계는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식하기 위해 노력하며, 경계가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선을 긋는 존재인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 자체로 경계를 형성하여, 세계를 창조하게 된다. 경계는 우주의 속성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려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