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준비 이것부터 시작하세요.
안녕하세요. 일학년 전문 교사 일교시입니다.
예비소집일은 다녀왔지만 아직 3월 개학까지 기간은 남았고 남은 기간 '입학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시는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며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아래에 열거한 항목들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1. 정서적인 안정 주기
종종 "이제 그러면 안 돼! 초등학교 가서 그러면 선생님한테 혼~난다."라는 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아이가 초등학교라는 낯선 곳에 대한 불안과 부담을 키울 수 있는 표현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제 다른 부서로 이직한다며? 거기 상사 장난 아니던데~"라고 얘기하면 이동하고 싶지 않으시겠죠? ^^
내 아이가 변화에 민감한 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에게는 초등학교에 대한 긍정의 언어를 심어주세요.
2.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갖기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학교에서 9시부터는 수업을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니 미리 체크해 주세요. ) 수업 전 8시 30분부터는 보통 아침활동 시간이며 교사마다 다르지만 간단한 학습활동, 독서, 체조, 노래 등으로 아침을 엽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에서 몇 시에 자고 일어나서 몇 시까지 등교해야 할지 아이와 함께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생활패턴이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미리 깨어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추신: 3월에는 아침에 학교에 오면 멍해 있거나 조는 학생들도 간혹 있습니다^^; 아침 시간에는 부족한 잠을 채우도록 하기도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깨우는데, 그때도 헤드뱅잉(?)을 하며 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
3. 화장실 사용 방법 익히기
초등학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다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보조교사가 있어서 한 분이 수업을 진행하시고 다른 한 분이 (화장실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동행해서 해결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가 수업 시간에 아이와 화장실을 동해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3월이면 입버릇처럼 "쉬는 시간입니다. 화장실 다녀오세요."라는 얘기를 하지만, 아이들은 놀다가 수업을 시작하면 화장실을 가기도 합니다. 한 명이 화장실을 가기 시작하면 열댓 명이 "저도요!"를 외치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신규때에는 자주 보았습니다... (귀... 귀엽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꼭 마렵지 않더라도 화장실을 가도록 함께 교육해 주세요.
또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스스로 뒤처리 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지도해 주세요. 가끔 수업 시간에 한참이 지나도 안 오는 경우 화장실에 가보면 울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스스로 뒤처리를 해본 적이 없거나, 옷을 입고 벗다 실수로 변이 옷에 묻은 경우 등 다양합니다. 되도록이면 입고 벗기 편한 바지나 치마(고무줄로 된 것 추천!!)를 입혀주시고 직접 옷을 입고 벗는 연습과 함께 뒤처리하는 연습을 시켜주세요. 이때 물티슈가 아닌 휴지로 연습을 시켜주세요. 학교 화장실에서 변기가 자주 막히는데, 종종 1학년 아이들이 집에서 물티슈를 쓰던 버릇대로 사용 후 변기에 집에 넣어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추신: 간혹 집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대변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학기 초 변비와 복통의 원인이 됩니다. 1학년은 맞벌이 가정의 경우 오후 4~5시까지 돌봄교실에 있게 되는데 아이도 괴로워합니다. 어려워하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주시고 미리미리 연습시켜주세요.
4. 아침식사하고 오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간식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점심시간(3교시 후 or 4교시 후)이 될 때까지 우유 급식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학교로 간식을 싸주시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아침에 챙겨 먹여주세요. 간혹 간식을 싸주시는 경우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꼭.... 집에서 먹이고 보내주세요 ^^;;;;
5. 젓가락질 연습하기와 우유 혼자 따기 연습하기
젓가락질 연습하기: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급식실에서 어린이용 젓가락을 따로 비치하지 않습니다. (비치해두는 학교도 있습니다.) 답답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주시며 어른 젓가락으로 연습 시켜주세요.
우유 혼자 따는 연습하기: 보통 2교시 후 우유급식을 먹지만, 이것도 교사 재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통 아침에 우유가 오면 아직 차가워서 2교시가 지난 뒤 마시게 합니다.) 우유 급식 시간에 우유를 따주러 다니긴 하지만 그 외에도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정말 없는데, 우유를 따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놓치는 경우 수업 시간까지 우유를 마시기도 합니다. 우유 따기만 연습이 돼도 교사도 쉬는 시간이 조금 더 수월해지고, 아이도 여유있게 우유를 마실 수 있습니다.
6. 자기 물건은 스스로 정리 정돈하기
아이 스스로 외투를 입고 벗는 연습을 시켜주세요. 지퍼를 끼우거나 단추를 끼우는 연습을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주세요. 신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한 실내화를 실내화 주머니에 넣고 신발을 구겨 신지 않는 것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하여 우산도 스스로 펴고 닫을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활동을 하러 밖에 나가거나 들어올 때 이런 상황을 교사가 대처하는 동안 아이들이 즐겁게 체험해야 하는 활동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7. 의사 표현하는 방법 알기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 혹은 친구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수업 시간 이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간혹, 친구와 문제가 있을 때 선생님께 얘기하라고 알려주시기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먼저 친구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해 주세요. 아이들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는 아이에게는 함부로 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한 경우에는 교사도 지도를 하기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 같이 놀던 중이고, 정말 몰랐다고 얘기하는 학생을 지도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 아이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8. 학교와 학년 반 읽고 알기
1학년 교사는 종종 옆반에 가있는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사라진 줄 알고 찾아 헤매는 아찔한 순간이죠. 1-1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이들은 잘 모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교실의 위치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비슷비슷하게 생긴 옆 교실에 가 있기도 합니다. 입학 전 교실에 미리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가 스스로 교실까지 무사히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 학년과 반을 알면 입학 초기 교내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쉬워집니다.
9. 부모님의 연락처와 이름 외우기
교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교외에서 길을 잃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입학 초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키즈폰의 단축번호로만 전화를 거는 방법을 알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번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괴예방교육과 함께 꼭 부모님의 연락처와 이름을 외울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정말 중요합니다. 더불어 집에 서도 외출 시에는 부모님께 꼭 미리 목적지와 누구를 만나는지 얘기할 수 있도록 교육해 주세요. 장소가 바뀌면 부모님께 연락 후 이동하도록도 교육해 주셔야 합니다. 종종 하교 후 아이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연락이 오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는데 가슴이 철렁하곤 합니다. (교사에게 연락하시고 아이를 찾게 되면 꼭 찾았다고 연락도 부탁드려요....)
10. 준비물 미리 준비하지 않기
입학식 날이 되면 담임 교사는 통신문이나 알림장 등을 통해 유예기간을 두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준비물을 준비하도록 합니다. 학교 담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준비물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담임은 학습준비물 예산으로 A4 파일을 준비했는데, 학부모님께서는 미리 알아보셔서 준비하시면 애써 준비하신 게 무용지물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필요한 준비물과 준비하는데 중요한 팁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1. 자기 학용품에 이름 쓰기
입학하고 물건을 가져오면 아이들과 자기 학용품에 이름을 적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지만, 색연필이나 사인펜 등 개수가 많은 경우 수업 시간 내에 모두 적기 어렵습니다. 네임 스티커 등을 미리 주문하셔서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물건에 이름을 쓰거나 붙이며 아이들에게 물건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교육해 주셔도 좋습니다.
12. 40분 의자에 바르게 앉아있기
3월 입학초기적응 기간은 학교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학년 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일주일 세 번은 5교시, 두 번은 4교시로 운영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대부분 바닥(?) 생활을 하다가 좌식 생활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아이들이 꽤 힘들어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미리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동안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공부를 하거나,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 돌아다니지 않고 밥을 다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식으로 적응시켜가시면 좋습니다.
설렘으로 기다리는 3월입니다. 남은 시간 알차게 준비하셔서 즐거운 학교생활의 시작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