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설기남매 Nov 18. 2023

내 아이가 영재일거라는 착각.



첫째는 워낙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 부터 종이접기 , 찰흙, 클레이는 기본으로 커가면서 목공,레진아트 등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아이다.

 또한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남는 시간이 있으면 늘 책과 함꼐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볼일을 볼 때도 늘 책이 있어야 하는 아이다.

사진: Unsplash의Johnny McClung

그런 아이를 보며 보통의 엄마 처럼 혹시 내 아이가 또래와는 다른 지능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었다가 현실로 나왔다가하며 정신이 왔다 갔다 할 쯔음......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어느날 학교에서 지원하는 영재스쿨- 발명 분야에 지원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난 일찍이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솔직히마음 한 구석에서는 영재이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물론 알고 말고.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인슈타인 우유 먹이다가 서울우유 먹이기 시작하고 점점 지나면 아무 우유나 먹인다는 웃픈 이야기는 모르는 나는 아니다.영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 흔히 말하는 신동도 아니었으니 당연히 영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또한 공부는 인생을 사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인서울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힘들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사느니 졸업과 동시에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서 영주권을 딸 수 있는 직업학교를 보낼 생각이었다. 좁디 좁은 한국에서 아웅다웅 사는 것보다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았으면 했다.


사진: Unsplash의Gil Ribeiro

사실 나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우리 둘다 같은 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친해 졌다. 같이 일하는 아이들 중에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20살이 된 어린 호주 아이들도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살이 되었는데 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는 것이 그 아이를 다르게 보이는 기준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같이 일하던 아이한테 왜 학교 졸업하고 호텔에서 청소를 하냐고 물었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내 말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청소가 뭐 어때서. 내가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노동이잖아"


그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었다. 벌써 이십년도 훨씬 전의 일이니, 그 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이십살의 꽃다운 청춘이 호주 시골 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는 것이 그저 이상하게 느껴졌을 때였다.


그 때  이후로 나는 결심했다. 그래 직업의 귀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 어때.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된 나는, 그 때의 다짐을 잊은 것도 아닌데 내 아이가 영재스쿨에 지원하고 싶다는 말을 듣자 너무 기뻤다. 역시 나도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보이니 좋아할 수 밖에 없었나보다...


솔직히 우리 나라는 아이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수없이 많이 있지만, 어릴 때처럼 눈에 보이는 기술이 보이지 않으면 공부로 판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면 확실히 기회가 훨씬 많아진다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영재스쿨에 지원하고 학교에서 일차예선이 있던 날. 나는 아침에 아이한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것이다. 내 아이는 시험을 무사히 통화할꺼라고 말이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채로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인생에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마음에 품고 있었나보다.


시험이 시작하고 삼십분도 안된 시간, 집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고 문을 열었는데 아이가 펑펑 울면서 말했다.

"엄마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나왔어. 그건 대학생이나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어" 라고 말하며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고까지 했다. 아이는 그렇게  펑펑 울면서 집에 와서 몇십분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허탈감도 생기고, 아이가 펑펑 우는 것이 귀여워서 웃기도 하며, 아이를 위로해 주었다. 괜찮다고 좋은 경험 한거라고. 그런거 안해도 되는 건데 왜 우냐고 말이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그렇게 위로를 하면서도 내심조금 더 버텨보지. 왜 중간에 포기하고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여서였을까. 공부가 세상을 사는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면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내심 아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학창시절 내가 차마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가기회가 왔는데도 시작도 전에 포기해 버렸다는 사실히 속상했던 것일까. 




영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보편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인생의 쓴 맛이 목 뒤로 울컥 넘어오는 것을 애써 참아 본다.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드는 마음을 애써 추스려본다.





얼마전 기회가 생겨 남편과 둘이 설악산을 다녀왔다. 하늘이 얼마나 예쁘고 푸르고 높던지.. 최근 내 복잡한 마음들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싶었던 이발사처럼 갈대밭은 아니지만 멋지고 웅장한 설악산을 보며 외쳐본다.



내 아이는 영재는 아니야!!! 정신차려 아줌마!!!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주고, 아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자!!!!!!!!

공부는 인생의 수만가지 길 중 하나라는 사실. 잊지 말자고 했는데 멍청해서 그 새 잊었구나!!!!

정신차려!!!!!



이렇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0년 전업주부가 워킹맘이 되기 힘든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