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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11. 2022

오징어숙회! 그 담백함을 찾아서~

제철맞은 쫀득쫀득한 맛.....오징어 숙회!

오징어는 나에게 참 감사한 식재료중 하나다.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물과 냉동간의 맛 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냉동실에 많은 양을 보관해도 부담이 없다. 든든할 뿐!  그래서 신선도만 최상이라면 한꺼번에 넉넉히 구매했다가,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려두고 필요할때마다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매년 7~8월이면 목포에서 얼음 가득 채워 총알처럼 배송하는 요 생물 오징어를 공수 받아 온 가족이 다양하게 즐긴다. 올해도 예외는 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더위는 한풀 꺽였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한 나에게 막걸리 한잔 시원하게 선사해 주고 싶은 그런 저녁이다.  사실 나는 하루 종일 뉴스 속 한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무척 울적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도 예외없이 우린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이 비를 뚫고, 얼음 가득 채워 목포에서 총알 배송온 생물 오징어부터 손질한다. 매번 울택상은 예고도 없이 해산물을 주문해놓고, 택배 도착 예고 알리미가 뜨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알린다.

오늘도 같은 말 "널 위해 준비 했어!" 뭘??


그 덕에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해산물을 우리집 주방에서 손질하면서 웃지못할 많은 경험들을 했다. 난생 처음 홍어를 손질하던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전문가들이 쓴다는 장비까지 준비해 둘이서 홍어 한마리 부여잡고 껍질 벗기기에 진땀을 뺏던 그 날! 워낙 팔힘 없는 두 사람이 어찌나 진땀을 뺏던지 요리 하기도 전에 지쳐서..... 그런 수고로움에 비하면 생물 오징어 20마리 손질하는 건 뭐. 일도 아니다. 껌이지! ㅎㅎ


오징어의 활용은 다양하다.

오징어볶음,오징어튀김, 오징어전, 오징어초무침, 오징어숙회물회, 오징어

순대, 오징어무국, 생오징어버터구이, 오징어콩나물찜, 오삼불고기까지...

 

오늘은 오징어 숙회로 시작해 본다. 매끈한 오징어 깔끔하게 손질해서 찜기에 올리기만 하면 끝!

그것 하나로 아쉬우니까 오징어 쫑쫑 썰어넣고, 바삭바삭한 전 하나 더 부치자.


서울 한복판이 삽시간에 물폭탄을 맞고, 엄청 난 피해속에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이 장마에, 딴 나라 이야기인냥 여유로운 우리집 식탁 분위기가 바람직한 것인지....


대통령께서 쭈구리고 앉아 내려다 보던 굴속같은 그 공간이 누군가에겐 삶의 보금자리였다. 서울 하늘 아래 내 보금자리에서 물속에 갇혀 숨조차 쉬지 못한채 생의 최후를 맞이하는 참극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반지하라는 특수한 주거공간의 개선이 정말 필요해 보인다. 말이 반지하지 내 눈에 보인 그곳은 완전 지하같다. 굴속 같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 없어진다면 그곳에서 삶을 일구어가던 사람들이 서울 하늘 아래 그만한 돈으로 갈곳이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 참 힘든 일이다.


두 자매와 그 어린 조카가 부디 대낮에도 불 안켜도 되는 환한 세상에서 평안한 휴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햇빛 잘드는 남향집에 여유있는 가정에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천수를 누리는 행복한 삶의 주인공들이 됐으면 좋겠다.


  2022.08.11.목  집밥 늘봄선생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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