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애쓰는 건 우리 막내 아가씨 부부인데, 그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우리집 냉장고가 자꾸 자꾸 차오른다.
기르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이거 이거 바람직한 현상인가?
기르는 재미에 빠져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마다 그 텃밭에서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신다. 사실 우리 아가씨네는 아이들도 다 커서 제 각각의 생활리듬으로 지내는지라, 집에서 온가족이 모여 밥먹을 일이 거의 없다. 두 부부 모두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에 젖어 산다. 주말에 유일하게 시간을 내서 자연 친화적인 활동을 하며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어내며 힐링을 한다. 그 자라는 농작물들을 보는 것이 진정 생활속 힐링인 셈이다.
어머님은 땡볕에 먹을 사람도 없는데 왜 그 고생을 사서 하냐고, 구릿빛으로 타들어가는 막내 사위와 막내 딸의 모습에 매번 안타까워 어쩔줄 몰라하신다.
그 부부가 주말에, 손수 가꾸는 그 주말농장에 들렀다가, 밭에서 땄다고 노오란 참외와 가지 그리고 풋고추, 호박, 방울토마토를검은 봉지 가득 또 건내주고 가셨다. 참외가 크기는 제각각인데 엄청 실하다.개중에 두어개는 어찌나 큰지, 애기 머리통만하다. 빗물에 씻겨 나갔는지 향은 진하지 않은데,엄청 싱싱해 뵈기는 한다.
이것이 과일이냐? 야채냐? 그 맛이 애매하도다.
식탁위에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라 예쁘게 깍아 대령했더니, 아들들은 참외 안좋아 한다고 거들떠도 안보고, 성의껏 한입 배어물던 막내딸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냐고 반문한다.
제비아빠는 "이거 단맛이 하나도 없어서 건강에는 좋겠다. 아주 싱싱하기는 하네" 한다.
밭에서 직접 수확해서 그 싱싱함이 최상이건만, 누구하나 입맛 다시게 먹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 이건 과일이 아니라 야채다.
그래서 야채의 쓸모를 찾아 맛나게 재탄생시켜 보았다.
여름철에는 노각(늙은오이)을 가끔 무쳐먹는데, 이 단맛 쏙 빠진 참외를 그리 해먹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싱싱하기도 하고, 노각못지 않게 크기도 제법 크니까 말이다.
자! 이 맛없는 참외를 노각무침처럼 무쳐서 상큼하게 먹어보자.
먼저 껍질을 잘 벗겨, 반으로 잘라 두조각을 낸다음, 가운데 오종종이 박혀있는 씨는 깨끗하게 발라낸다.
가늘게 채썰듯 자른다.
이렇게 예쁘게 썰어서 준비해요.
소금에 살짝 절인다.
큰 그릇에 담고, 소금을 한숟가락 정도 뿌려 살짝 숨이 죽도록 절여둔다.
참외가 나긋나긋하게 휘어질정도로 절여지면, 맑은물에 두서너면 헹구어 조금기를 완전히 씻어낸다.
물기를 꼭 짜서 큰 그릇에 담고, 고추장 한스푼, 고추가루 반스푼, 가는 소금 한꼬집정도, 매실액기스 약간, 파, 마늘 정도를 직접 재료위에 얹어 주물주물 무쳐주면 끝이다.
노각무침 못지 않아요!! 참외무침
(사실 소금에 절이지 않고, 그냥 바로 양념에 무쳐도 좋다. 그럼 수분이 더 풍부하고, 아삭해서 싱싱한 그 맛을 있는 그대로 맛볼수 있다. 절이고 말고는, 각자 취향 것.ㅎㅎ)
보기에도 맛스런 한접시가 완성되었다.
참외무침
장난기 입에 물고, 뭐로 만든것 같냐고 물으면?
감각이 보통이상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 참외가 품고 있던 잔향이 살짝 느껴져, 참외 아냐?하고 놀라움에 두눈이 똥그래질 수도 있다. 참외를 야채로 변신시켜 먹는 마법! 참외값이 금값인 봄철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주말 농장에서 애써 땀방울을 흘리시는 우리 아가씨부부 덕분에 이런 상큼한 맛도 보게 된다.
주말 저녁! 애써 가꾸신 주말 농장의 풍성함이 우리집 저녁 식탁으로 그대로 이사를 와 우리가족에게 싱그러움을 전한다.
직접 가꾸고 수확해서 먹는 그 싱싱한 채식 한끼의 행복! 바로 여름이 주는 선물이다.
아가씨! 고모부!
두 분의 수고로움 덕분에 저희가 풍성한 여름식탁을 즐깁니다. 감사합니다.
여름 야채밥상에 고기 삐지면 아쉽지요?
가성비좋은 돼지고기 앞다리살불고기감 구워서 가볍게 한접시 올렸죠?
토치로 불맛까지 올린, 마늘듬뿍 앞다리살구이!
화수분처럼 채워지는 야채들 덕분에 제법 자주 먹게되는 야채반찬들입니다.
그럼 이 한상을 차리는데 대체 늘봄이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썼을까요?
여름입니다. 싱싱한 야채 많이 드시고, 치친 우리들의 몸도 그 자연비타민으로 생기 가득 채워주자구요.
2024년 07월 29일 월요일
주말! 온몸에 싱싱한 계절 야채로 비타민 듬뿍 충전한 늘봄.........자랑삼아 그 솜씨를 뽑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