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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29. 2022

매콤한 낚지볶음! 입맛 돌쥬?

매콤하게 입맛 돋구고파....매콤한 낙지볶음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입이 방정이다??'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속담 혹은 표현이 있을 진데, 입에 딱 붙게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얼마전 우리 둘째 아들이 엄마에게 뜸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엄마는 참 건강한 것 같아요. 우리들 다 코로나 걸렸을때도 엄마는 끄떡 없었잖아요. 엄마를 닮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콩나물 같은 아빠를 많이 닮은 우리 둘째가 체격좋고, 체력 좋은 엄마가 부러워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게 말이다. 너도 엄마 닮았으면 참 좋았을 것을... 이 떡 벌어진 어깨하며, 이 다부진 몸을 봐라. 그런데 사실 엄마는 네 몸이 정말 부럽다. 좁은 어깨하며 잘록한 허리, 가늘고 긴 팔다리! 너는 딱 여자로 태어났으면 대박인데 많이 아쉽다. 엄마는 얼굴이며 몸이며 너같이만 생겼으면 세상에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평생 살찔 걱정도 없고 말야! ㅎㅎ"


그렇게 우스개소리 하며 서로의 몸을 부러워라 농담을 했었는데, 그런 건강에 대한 과신이 문제 였는지 어이없게도 얼마후 코로나19를 확진받고 며칠을 앓아 누웠다. 고열과 근육통을 동반하며 삭신 마디마디가 콕콕 쑤시고, 뇌가 흔들려서 누웠다가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인후통이 심했다는데 나는 특이하게도 목은 아프지가 않았다. 타이레놀 두알씩 먹어가며 전기매트 위에서 땀을 한바가지씩 흘리면서 오한에 시달렸다. 양한방 모든 약을 동원하며, 밥 안먹어도 배부를만큼의 약물을 먹고 마셔댔다.


그 덕인지 4일만에 고열과 근육통은 서서히 사라지고, 이 정도면 그리 겁낼정도의 위력을 가진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안도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앓는 내내 입맛이 없어 통 밥을 제대로 먹지않은 탓인지 기력이 쉽게 회복 되질 않았다. 입안에 쓴맛이 돌고, 후각이 제 기능을 잃자 미각 역시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먹어도 먹는 게 아니고, 먹긴 뭘 먹었는데 먹은 것 같지가 않은 묘한 상황들이 생겼다. 그렇게 줄이고 싶어 애써도 줄지 않던 몸무게가 3kg 정도 급격히 빠졌다. 그건 참 기분이 좋긴 했다.ㅎㅎ


아무튼 보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컨디션 난조에 힘들어하고 있다. 후각과 미각은 언제 제자리로 돌아올지 기약없고, 코맹맹이 소리에 목소리도 아직 내가 아니다. 쉽게 지치고 소파나 침대에 누워 잠깐 쉬자면 어느새 긴 잠에 빠져든다. 태어나서 이런 경험 처음이다. 체력이 좋아 자주 아프지도 않지만 이렇게 체력이 급 떨어져서 내 스스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상황은 기억속에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위한 요리다. 매콤하게 입맛 돋구어주는 그 칼칼한 맛을 위해 낙지볶음을 만든다. 몸통만 먼저 먹고 냉동실에 얼려둔  오징어 다리도 함께 섞어 본다. 먼저 살짝 데쳐서 낙지와 오징어를 준비한다. 그래야 국물이 흥건하지 않은 뽀득한 낙지볶음을 만들 수 있다. 기름 살짝 두르고, 맛난 양념장에 머무려 둔 낙지와  각종 신선한 야채를 빠른 시간안에 번개불에 콩궈먹듯 재빠르게 볶아 내야  한다. 그래야 낙지의 통통함도 야채들의 파릇함도 살려낼 수 있다. 콩나물은 따로 삶아서 찬물에 행궈 아삭하게 무쳤다.

한접시에 예쁘게 담으니, 내맘까지 뿌듯해지고, 요것 먹고 나면 잃었던 입맛도, 떨어졌던 기운도 훌쩍 되살아 날 것 같다. 생김 구워 곁들이니 무엇하나 아쉬울 게 없는 한상이다.


요럴 땐 사실  생낙지 서너마리 정도 참기름소금장에 콕 찍어 먹어줘야 빠진 기력이 완벽하게 되살아 날것 같긴한데, 죽은 낙지로 아쉬운대로 그 기운 대신해본다.


울 택상이 한마디 한다. 이럴땐 막걸리를 한잔 먹어줘야 입맛이 딱 돌아온단다. 그럴까? 오늘은 한잔이 아니라 두 잔이다.

 

맨날맨날 울택상을 잔소리꾼이라고 놀려댔는데, 아프면서 보니 요런 잔소리꾼 엄마가 있음 가~끔은 감사할 것 같긴하다. 예민하고, 섬세하고, 잔소리 많은 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끔은 그 덕을 과하게 보기도 하니 말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아픈 아내를 챙기는 그 배려에 이번에 나 쪼금 감동했다.ㅋㅋ

여러날 동안 주방문 닫고 울택상으로부터 조공받는 기분도 아주 좋았다.


아무튼 이젠 정신좀 차리자. 힘좀 내 보고, 코로나 확진으로 빼앗긴 삶의 의욕도 다시 찾아보자.

나이가 들어 그런지 내 몸이 예전같지 않음에 조금은 슬퍼질라 한다.  이제 코로나도 앓았으니, 올 겨울은 웬만하면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걱정없이 말이다.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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