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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03. 2022

꽃게찜 VS 꽃게탕 뭐부터 드실라우?

가을! 수꽃게에 취하다.....꽃게찜과 꽃게탕

계절의 변화는 바람 끝에서 느껴진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는 나처럼 감각이 무딘 사람에겐 그 계절이 무르익기 전엔 구분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어어~하다 보니 봄이 가고 여름이 왔고,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벌써 왔네 하며 그 변화에 묻어서 간다. 하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변화는 나도 놓치긴 쉽지 않다. 폭염 뒤 늘어져 있던 온몸의 세포가 새벽녘 열린 창문으로 세어 들어오는 싸한 바람의 냉기에, 걷어찼던 이불을 더듬더듬 찾아 온몸을 꼭 덥으며 중얼거리게 된다. "아! 여름이 갔구나"


서늘한 바람 끝 촉감이 너무 좋아 이제 좀 살겠다 싶은데, 하늘마저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올려줄 만큼 너무 높고, 깨끗하고 푸르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 좋은 기운에 취해서 한껏 부풀어 있는 이때 저 멀리 바닷가 마을에선 꽃게가 대풍이라고 행복한 소식을 전한다. 꽃게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일찍이 산란기를 앞둔 봄철에는 알찬 암꽃게가 제맛이고, 산란기를 끝낸 가을엔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수꽃 게가 제맛이란 어르신들의 말씀을 귀담아 익힌지라, 계절에 따라 꽃게를 살땐 배가 보이게 뒤집어 암수를 확인하고, 되도록이면 묵직한 놈을 골라담는 장보기 지혜를 발휘한다.


지난 8월 마지막 주, 이마트에서 일주일간 엄청난 물량의 파격가 세일 꽃게 행사가 있었다. 미루다 미루다 마지막 날인 31일에  빗속을 뚫고 갔다 왔다. 100g에 888원!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가격이다. 팔딱팔딱 생물을 기대하고, 오랜만에 간장 게장 한번 담궈볼까 하고 갔는데, 요놈들은 탕감이다. 숨이 끊겨 있었다. 엄청나게 붐빌 줄 알았는데, 비도 오고 또 마지막 날이라 사갈 사람 다 사간 모양인지 한산하고, 꽃게도 기대에 쫌 못 미쳤다. 다들 골라가고 남은 지질한 잔반 같은 느낌!!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히 담아도 부담 없는 가격! 등딱지가 제법 커 보이는 묵직한 수꽃게로만 골라 담았다. 넉넉한 양에 꽃게찜에 꽃게탕까지 몽땅 해서 이른 꽃게의 찐한 살맛을 실컷 즐겨보자 했다. 원래 비 오는 날엔 비릿한 해물요리는 피하는 편이다. 왜냐면 비 오는 축축한 날엔 아무리 싱싱한 해물이라 해도 온 집안을 휘감는 비릿함이 쉽게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솔질로 구석구석 깨끗하게 묵은 때 벗겨낸 꽃게 몇 마리는 그대로 찜기에 올려 푹 삼는다. 반드시 등딱지를 바닥으로 해서 배가 위로 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배속 맛난 맛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몇 마리는 등딱지 벗기고 모래주머니 제거해서 통째로 준비한다. 탕에 넣을 꽃게는 이렇게 통째로 끓여서 먹기 직전에 가위로 입에 쏙 들어갈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주면 되니까.


다시마 육수 진하게 내서 된장 살짝 풀고 무 나박하게 썰어서 한소끔 끓인 다음 싱싱한 꽃게를 넣어 다시 한번 끓인다. 꽃게는 너무 오래 끓이지 않아도 잘 익는다. 요즘 야채값이 너무 비싸서 꽃게탕이랑 짝꿍인 애호박 생략하고, 대신 콩나물 넣어 시원한 맛 더했다. 칼칼하게 청양고추 좀 썰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 마무리하고 나니 제법 맛나다. 빠알간 꽃게탕이 아니라 구수한 된장 맛 풍기는 된장국 같은 비주얼의 탕이다. 담백함이 꽃게 본연의 맛을 살린다. 아직은 속살이 좀 아쉽다. 좀 더 가을이 짙어가야 더욱 실한 살맛 가득 찬 꽃게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밥상 위에서 가을이 왔음을 아이들에게 전한다.


계절 따라 시절 따라 우리 아이들도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잘 영글어 가길 항상 바래고 바래건만, 매번 몸만 과하게 영글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맘이 많이 조급해진다.

이 가을! 마음을 영글게 할 무언가가 더욱 간절해지는 시기다.


가을 바람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생각 주머니를 자꾸 흔들어댄다. 아~

 서늘한 바람에 가을을 앞서 맞이하는 늘봄......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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