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싱그러운 창밖 풍경이 나를 유혹한다. 우산 쓰고 울택상과 도란도란 동네 한 바퀴 휘~이 돌고 왔는데도 아이들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야~ 빨리 일어나!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안 일어나?"
택상과 나는 오징어짬뽕 한 냄비 끓여서 칼칼하게 해장하고, 아이들을 위해선 쌀을 씻는다.
윤기 자르르 도는 고슬고슬한 흰쌀밥이 완성되었다. 자 오늘은 밥버거 한번 드셔볼라우? ㅎㅎ
떡갈비 굽고, 차돌박이 양파 넣고 달달하게 볶고, 계란프라이도 하고, 아보카도도 예쁘게 채 썰었다. 여기에 국물 꼭 짜내어 쫑쫑 다지듯 썰어서 올리고당 조금 넣고 볶은 김치만 준비하면 완벽한데, 요 녀석들이 오늘은 김치를 좀 빼달란다. 뭐라고? 그럼 후회할 텐데....
떡갈비도 오늘은 먹고 싶지 않은 녀석이 있다. 어제 세 조각이나 먹어서 그렇다는데. 겨우 그 정도 먹고 질린 거야? 사실 나도 그렇다. 냉동식품이 비상시 급할 땐 편하긴 한데 그런 음식 먹으면 속이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최소한으로 해서 가끔 맛나게 한두 번 먹는 정도면 족하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가는소금을 넣어 간간하게 간하고, 참기름과 볶음참깨를 넉넉히 넣어 그냥 먹어도 고소 고소하게 맛난 밑밥을 만든다.
밥공기 하나 가져다가 비닐랩을 깔고 그 위에 차곡차곡 얻는다. 먼저 밥은 꾹꾹 눌러 햄버거 빵 모양이 되도록 다독여 준다. 그 위에 떡갈비 올리고, 불고기도 올리고, 계란프라이도 올리고, 아보카도도 올리고, 마무리는 또 밥을 꾹꾹 눌러 모양을 잡았다. 특별히 아보카도 위에 살짝 간장 양념을 뿌려서 느끼함을 잡아보려고 애는 좀 썼다. 비닐랩을 한데 모아 쏙 빼주기만 하면 밥버거 완성이다.
어? 어라! 이거 밥공기 선택이 문제였나? 원했던 비주얼이 아닌데? 이거 완전 흰 공인데! 주먹밥이다.
접시 위에 깔끔하게 올려줬더니, 이걸 어떻게 먹냔다. 그래? 기다려봐. 포일로 꽁꽁 싸서 먹기 편하게 싸줬다. 이건 뭐 완벽한 주먹밥이다. 아침 공복이 길었는지 엄청 맛있다고 좋아라 한다. 첫 반응은 성공이다.
그럼 됐다.ㅎㅎ
둘째는 방에 들고가서 실컷 먹고 나오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 이건 도저히 느끼해서 더는 못 먹겠어요." 아보카도만 쏙 뺐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한다. 아보카도는 다이어트할 때 먹는 거 아니냐고. 그 말 뜻은 살찌는 게 목표인 내게 이걸 왜 주냐고 묻고 싶었던 갠가?
내 그럴 줄 알았다. 울 꼬맹이도 다 먹고 나서 한마디 한다. 맛있긴 한데, 너무 느끼하다고 말이다.
두 개 만들었으니 망정이지, 세 개 만들었음 어쩔뻔 했누. 오로시 점심에 내 차지될 뻔했지.
그러게. 그래서 엄마가 김치볶음 넣자고 했잖아?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아이들이 밥버거 해달란 소리는 안 하겠구나.
내가 그 느끼함을 꼭 잡고 싶어서..... 이 엄마는 다 계획이 있었단다. 너희들 때문에 망한 거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