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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07. 2022

더덕무침과 오징어볶음

더덕의 향기는 식탁을 가득 채우고..더덕무침과 오징어볶음

오랫만에 어머님께서 친구분들과 통복시장에 나들이를 다녀오셨단다. 간 김에 기름집에서 참기름도 사고, 더덕이 굵고 실해 보여 사오셨다며 들러 가라고 전화를 주셨다. 어머님은 우리집에서 10여분 거리에 사신다. 집앞 마트에서 좋은 물건을 크게 세일 한다고 전화 주시기도 하고, 종종 마트에서 마주치면 물건값을 계산해 주시기도 하신다. 식구도 많고 아이들이 한참 먹을 때라시며, 그리 신경을 써 주시는 것이다. 코로나 전에는 2주에 한번씩 집에 들러 주말마다 주무시고 가셨는데, 요새는 한달에 한번 잠깐 들르실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더덕무침 한번 해본다. 어머님께서 주신 검은 봉지를 집에 와서 열어보니, 상당히 굵은 흙 묻은 더덕이 양도 많다. 예전 같으면 "어머니! 이걸 어떻게 까요? 어머님께서 까주셔야지요." 아니 그러기도 전에 종일 테레비 보시면서 깨끗하게 까서 건내셨을 텐데, 요즘은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서 그런 수작업은 하고 싶어도 못하신다.


올해 여든 다섯이 되셨지만 엄청 동안이시라 나이를 들으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요새도 집앞 공원을 두시간씩 돌며 몸의 근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내 몸 내가 잘 관리하는 게 자식들에게 짐 덜어주는 일이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셔서 백수를 누리셨음하고 소원해 본다.


식탁위에서 진액 엄청 묻어나오는 더덕을 꼼꼼하게 껍질까서 깨끗이 씻어 물기를 쪽 빼 준다. 적당한 굵기로 길게 편을 썰어 밀대로 가볍게 눌러 준비하기만 하면, 빠알간 양념장에 무치는 건 일도 아니다. 시중에 파는 순창초고추장에 고추장, 고추가루, 파, 마늘, 참기름을 적당히 섞어 양념장을 만들면 요리초보도 실패없이 맛난 더덕무침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맛있다고 하는 그 맛을 파는 초고추장이 만들어 준단 얘기다.ㅎㅎ


식당에서 파는 더덕구이보다 이렇게 생으로 무쳐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더덕의 맛을 생생하게 더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냉동실에서 손질해 두었던 오징어를 꺼내 저녁 밥상에 올린다. 오늘은 야채를 최소한으로 하고 꼬들꼬들한 오징어식감을 최대한 올려 맛볼수 있는 요리 방법이다. 먼저 들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오징어를 넣고 달달달, 수분이 쪽 빠지게 볶는다. 볶다보면 반건조 오징어 굽는 그런 비슷한 냄새가 솔솔 코 끝에 스며 들 것이다. 그때쯤 이때다 하고, 양파와 파를 조금만 넣고, 양념장 한숟가락 더하고, 기름도 살짝 추가해 볶기만 하면 된다.


야채값이 너무 비싼 요즘, 야채쌈은 사치다. 그래서 오늘은 구은 김으로 쌈야채 대신한다. ㅎㅎ


더덕 무침 하나만으로도 격이 올라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저녁 밥상이다. 다 어머님 덕분이다.

더덕은 아삭아삭 맛나고 오징어는 쫄깃쫄깃 입맛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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