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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12. 2022

용기가 필요한 홍어전 어떠실래나?

기름 냄새가 솔솔~ 색다른 전의 출현  홍어전 ㅎㅎ

추석 연휴가 자꾸 간다. 아쉽다.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빈둥거리다 귀한 시간이 다 가는 느낌이다.

동네 산책도 하고, 달구경도하고, 가까이에 있는 대학 캠퍼스 뒷산도 가볍게 오르고, 책도 좀 보고, 영화도 좀 보고 그렇게 소소하게 연휴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래도 명절인데, 고소한 기름 냄새 좀 풍겨줘야 또 명절 보내는 기분이 살아나지 않겠어? 어제 저녁은 광어회와 낙지 곁들여 택상과 소주잔 기울이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재미난 이야기 나누는 추석 밤이었다. 어찌나 잘 먹던지... 회 두 접시와 낙지 네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주 두 병은 누구의 목을 타고 간에 기별도 없이 사라졌는지.....


오랜만에 먹는 회맛에 아들들이 좋아라 한다. 특히나 바다 출신 먹거리를 질색하는 둘째 녀석이 아빠가 건네는 지느러미 부위 회맛에 반해 고소하고, 맛있다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니, 이 모습 또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식탁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둘째의 입맛도 살짝 바람을 탄 모양이다.


오늘도 어제의 그 흐뭇함 재현하기 위해, 또 명절날 전 없이 보내기 아쉬워 오늘 저녁엔 특별한 별미, 정말 특별한 별미인 홍어전 한 접시 부친다. 막걸리도 두병 준비했다. 고향이 맛의 고장, 비빔밥의 본고장인지라 어려서부터 의례 집안에 큰일 있으면 준비하는 것이 홍어무침이었다. 막걸리에 삭혀서 물기 쪽 빼 시뻘겋게 각종야채와 새콤달콤 짭짤하게 무치는 홍어무침. 그래서 홍어는 내게 참 설지 않은 요리 재료다.


언니가 결혼한 후로는 특별한 날 아니어도 형부가 우리 집에 오는 날이면 씨암탉은 안 잡아도 엄마는 홍어무침은 꼭 하셨었다. 형부가 좋아한다니까. 그리고 그 부산물은 무를 썰어 넣고, 칼칼하게 고춧가루 넣어 시원한 탕을 끓이셨다. 그리고 종종 아버지께서 거나하게 술이 취해 밤늦게 귀가하시는 겨울날 어느 아침은, 종종 홍어탕으로 속을 달래시기도 했다. 그런지라 톡 쏘는 홍어탕의 화한 맛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면서,  비위 좋은 우리 남매들은 한 그릇씩 뚝딱뚝딱 아버지 따라 잘도 비웠다.


그래서 삭힌 홍어를 각종 야채와 무쳐서 먹고, 탕으로 먹던 내게 홍어를 전을 해서 먹더라고 울택상이 전했을 땐 고개가 갸웃 해졌다. 홍어로 전을 부쳐 먹는다고?? 그런데 그 품평이 더 호기심을 돌게 했다. 맛이 생각보다 기가 막혀! 그것 먹어보니까 동태전은 이제 안 먹겠어. 정말??


홍어 전문 맛집에 갔다가 달걀물 둘러 노릇하게 부친 홍어전을 먹고 울 택상이 그 맛에 반해 버린 것이다. 그 후 시장에서 손질 깨끗하게 된 칠레산 홍어를 사다가 호기심에 그 전을 부쳐 봤더니, 내 입에도 딱! 별미 중에 별미로 참 매력적인 맛이었다. 익히 홍어 좀 먹어본, 그 맛을 아는 내 입에는 말이다. 뜨거울 때 급한 맘에 한입 잘못 먹었다간 코가 뻥 뚫리는 화한 기운과 함께 입안이 홀라당 벗겨질 수 있다. 꼭 한 김 빼고 식혀 먹어야 한다.


바다 건너 온 칠레산 홍어가 아니었던들 그 비싼 흑산도 아니 국내산 홍어로 감히 전을 부칠 생각을 누군들 해봤으랴!ㅎㅎ


그 맛에 반한 택상과 내가 울 어머님과 형님 내외를 초대해 이 전을 맛 보였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ㅋㅋ 성질 급하시고, 직선적이신 어머님께서 둘째 아들 내외의 찬사에 못이기는 척하고 한 점 드셨다가, 난리가 났다. 기침에 그 화한 기운과 역한 냄새에 비위가 확 상하셨던 모양이다. "아이고, 맛난 것도 많은데, 이렇게 썩어서 냄새도 맛도 요상한 걸 왜 먹냐? 냄새에 새 집 망가지겠다. 당최 다시는 집에서 이런 것 하지 마라."였다. 우리 어머님이 비위가 약하셔서 가리는 것이 많으신다는 걸 내가 깜빡 했네.ㅎㅎ

그날은 유난히 발효가 과하게 진행된 홍어였던 게 문제였다. 전에 우리가 맛봤던 건 거의 발효가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 정도 아니었는데..... 졸지에 우리가 어머님께 맛사기를 친 꼴이...ㅋㅋ


전부치는 방법은 동태전과 똑같다.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서 밀가루 앞뒤로 묻혀 물기를 잡고, 계란물 입혀 노릇노릇하게 익혀주면 된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음식이다. 홍어맛좀 아는 분들이라면 반색하며 드실 수 있으나 그 외에 다수의 사람들은 도전정신을 좀 발휘해야 그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일 것이다. 기름에 부쳤지만 소화도 잘돼서 먹고 나면 큰 부담 없이 속이 편안한 음식이긴 하다.


참 오랜만에 먹어본다. 어머님의 그일 이후 한동안 먹을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그때 그 일이 양념이 돼서 추억을 먹는 듯하면서도 내가 가리는 음식 없이 너무 잘 먹는 게 살짝 부끄러워질라 한다. ㅎㅎ

술을 술술 부르는 맛이다. 우리만 그랬나?


사실 우리 아이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먼저 냄새가.....ㅋㅋㅋ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선 오징어를 튀긴다. 튀김 하면 또 할 말이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 호리호리 해서 살 좀 찌워볼까 하고, 기름에 튀긴 음식 엄청 만들어 먹였다. 감자부터 시작해서 돈가스, 새우, 감자고로케, 고구마고로케, 오징어, 단호박, 고구마, 버섯, 인삼, 깻잎, 닭봉, 닭다리, 생선 등등 튀길만한 건 다 튀겨본 것 같다. 기름에 튀기면 신발도 맛나다 하지 않던가!


튀김은 바삭한 게 생명인데, 다 알다시피 초벌, 재벌 그렇게 두 번을 튀기면 바삭한 튀김 맛에 입이 즐거울 수 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엄마표 오징어 튀김에 바삭바삭 입이 즐겁고, 택상과 나는 또 막걸리가 술술 홍어전에 취기가 오른다. 마무리는 라면이다. 역시 라면은 진리다.


오늘도 우리 가족의 한 페이지가 엄마표 추석 특별식으로 가슴속에 아로새겨지기를 희망해본다.

2022년 09월 추석이 아쉬운 기억으로 저물어 간다.


난 지금 우리 둘째 아들의 주문으로 엄마표 식혜를 만들고 있다.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밥솥의 식혜가 삭아서 밥알이 동동 떠오를 것이다. 나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어쩐다?

2022년 09.11. 일요일! 아니 그새 12일이 되었네. 식혜밥알 동동뜨기 기다리는 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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