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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11. 2022

소박한 추석밥상

차례상 대신 엄마표 밥상

코로나 시대! 그러니까 햇수로 3년째다. 그리고 세 번째 추석 명절을 맞이한다. 그런데 올해는 좀 기분이 이상하다. 작년, 재작년도 코로나를 이유로 명절 차례상을 생략했고, 가족모임도 일체 삼가며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그런데 지난 두해 동안은 내가 명절 때 뭘 했었는지, 어딜 갔었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참 희한한 일이다.


명절날 아침인데, 마치 특별한 일 없는 여느 일요일 아침 같다. 그래도 추석인데, 그러면 안 되지 싶어 아이들을 아침 일찍 깨워서 명절 분위기 내본다. 고사리나물 볶고, 더덕무침 아삭하게 무치고, 숙주나물 생생하게 볶았다. 명절날 빼놓지 않고 먹던 소고기 뭇국 대신 오늘은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준비한다. 어제 떡집에서 사 온 송편 한 접시 말랑말랑하게 올려 입가심으로 한알씩 꼭 먹으라고 주문한다. 올 해 첫 수확한 햅쌀로 고슬고슬하게 윤기 자르르 흐르는 쌀밥도 지어본다. 오늘은 추석이니까. ㅎㅎ


헌데 명절 아침치곤 너무 소박하다.


다른 휴일 아침이라면 한밤중일 시각에, 배 안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반강제로 아침을 먹인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온 가족이 아침 밥상 위에 둘러앉은지도 오랜만이다. 평상시엔 1차로 아들 녀석 둘이 후루룩 국에 밥 말아 이른 아침 먹고 나가면, 아빠와 꼬맹이가 2차로 시간 넉넉한 아침을 먹는다. 나는 커피 한잔에 과일 두어 조각 먹고 가볍게 끝낸다. 그렇게 자기 시간에 맞춰 평일엔 221 가끔은 311! 아빠가 좀 이른 출근을 하게 되면 그 숫자가 왔다 갔다 한다.


평상시 같으면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었을 터이지만, 오늘은 특별하게 조상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아침을 먹으라고 주문한다. 차례상은 못 차례 드리지만 그 감사한 마음은 잊지 않고 전하자는 엄마의 바람이다.

"조상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명절날 같지 않은 분위기에 소박한 아침이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고, 조상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울택상만 아주버니와 같이 성묘를 다녀온다.

아이들은 각자 전투 모드로 각방으로 출정식을 갖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휴일 게임을 즐길 작정이다.

꼬맹이는 책 좀 뒤적이다가 tv를 켜고 아이돌 댄스 정복에 돌입한다. 유튜브로 세상을 배우는 재미에 폭 빠진 울 꼬맹이다.


그럼 나는?

양 어른들께 명절 인사를 전화로 대신하고,

형님께도 전화해서는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고 긴 수다를 떤다.

이 묘한 명절날 아침의 여유와 편안함을 어쩐다?

이상하게 나는 불편하다. 제 할 일 안 하고, 땡땡이친 학생처럼 기분이 묘하다.

2022년 09월10일 토요일 추석날 아침 우리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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