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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14. 2022

사랑이 넘치는 가을보양식!
능이백숙 어때요?

자연산 능이버섯으로  기운을 보하라!....능이백숙

오랜 서울 생활을 등떠밀려 접었다. 그리고 고향인 춘천으로 귀농해서 3년차 초보농군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잘 아는 아저씨가 있다.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낙엽처럼 흩날려 바람따라 가버리더니, 언제부턴가는 바람따라 흩날릴 가~는 머리카락조차 없어졌다.


몇 년간은 백만원이 넘은 거금을 들여 가발을 쓰고 다니다가 어떤 못된 고딩녀석한테 담뱃불좀 빌려달란 소릴 들었던 때가 있었다고 전설같은 농담을 다.


 3년만에 완전 시골아저씨가 다 된 그 가발의 주인공은 이제 가발 대신 모자만 쓴다. 모자를 벗고 환하게 웃을 땐 깜짝 놀란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렇다. 사람좋게 웃는 그 아저씨는 더 젊어져 동자승이 되었다. ㅋㅋ


내가 잘 아는 그 아자씨! 바로 나의 하나밖에 없는 형부다.

나는 우리 형부가 사람들 몰래 능이버섯을 재배하시는 줄 알았다. 일주일전 산에 갔다가 엄청난? 양의 능이버섯을 따 오셨단다. 깜짝이나 놀란 언니가 그 놀라운 수확물을 사진으로 전송해줬다. 아마 산길 어느 모퉁이에서 나와 마주쳤더라면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이려니 하고 지나쳤을 터이다. 신기하고 괴이하고 요상시럽게 생긴 버섯이다.


그 비싸고 귀한 능이버섯을 손수 솔가지 하나씩 얹어 정성스레 포장해서 추석선물로 준비하셨단다. 영광스럽게도 그중 한박스가 우리집으로 직접 배달됐다. 장모님 뵈러갔다가 귀경길에 우리집도 들러 건네주고 간 것이다. 역시 우리 형부! 하나밖에 없는 처제라고 너무 이뻐해주신다.


그래서 오늘은 그 귀한 능이버섯! 산기운 떨어지기 전에 백숙으로 만들어 정성으로 기운 돋우고, 사랑으로 쭉쭉 들이킨다. 우리집 식탁에서 이 귀한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다 하게 되다니... 형부덕에 누리는 영광이다.


산양산삼 세뿌리 보태고, 알밤도 예쁘게 까서 넣었다. 능이버섯의 진한 향을 찐으로 느끼고파 딱 그것만 넣었다. 아니 아니 닭 두마리 4쪽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한그릇씩 기운차게 먹고, 올 가을 힘차게 살아보자.

능이버섯 참 신기한 맛이다.

푹익은 능이버섯의 식감이 아작아작 하다.


형부덕에 행복한 저녁식탁이다.
오늘 나는 행복동 늘봄식당 능이백숙전문점 사장님이다. 주문 들어오면 한그릇씩 정성으로 대접한다.
첫 손님! 어? 우리집 까도남 오시네.

"택상~ 오늘은 능이 백숙이야!"

저기 수줍게 몸사리고 있는 자연송이 하나!

깨끗이 씻어 소금장에 솔 향기 맡으며 씹어 먹었다오.

2022년 09월14일 수요일 가을보양식 만드는 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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