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서울 생활을 등떠밀려 접었다. 그리고 고향인 춘천으로 귀농해서 3년차 초보농군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잘 아는 아저씨가 있다.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낙엽처럼 흩날려 바람따라 가버리더니, 언제부턴가는 바람따라 흩날릴 가~는 머리카락조차 없어졌다.
몇 년간은 백만원이 넘은 거금을 들여 가발을 쓰고 다니다가 어떤 못된 고딩녀석한테 담뱃불좀 빌려달란 소릴 들었던 때가 있었다고 전설같은 농담을 한다.
3년만에 완전 시골아저씨가 다 된 그 가발의 주인공은 이제 가발 대신 모자만 쓴다. 모자를 벗고 환하게 웃을 땐 깜짝 놀란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렇다. 사람좋게 웃는 그 아저씨는 더 젊어져 동자승이 되었다. ㅋㅋ
내가 잘 아는 그 아자씨! 바로 나의 하나밖에 없는 형부다.
나는 우리 형부가 사람들 몰래 능이버섯을 재배하시는 줄 알았다. 일주일전 산에 갔다가 엄청난? 양의 능이버섯을 따 오셨단다. 깜짝이나 놀란 언니가 그 놀라운 수확물을 사진으로 전송해줬다. 아마 산길 어느 모퉁이에서 나와 마주쳤더라면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이려니 하고 지나쳤을 터이다. 신기하고 괴이하고 요상시럽게 생긴 버섯이다.
그 비싸고 귀한 능이버섯을 손수 솔가지 하나씩 얹어 정성스레 포장해서 추석선물로 준비하셨단다. 영광스럽게도 그중 한박스가 우리집으로 직접 배달됐다. 장모님 뵈러갔다가 귀경길에 우리집도 들러 건네주고 간 것이다. 역시 우리 형부! 하나밖에 없는 처제라고 너무 이뻐해주신다.
그래서 오늘은 그 귀한 능이버섯! 산기운 떨어지기 전에 백숙으로 만들어 정성으로 기운 돋우고, 사랑으로 쭉쭉 들이킨다. 우리집 식탁에서 이 귀한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다 하게 되다니... 형부덕에 누리는 영광이다.
산양산삼 세뿌리 보태고, 알밤도 예쁘게 까서 넣었다. 능이버섯의 진한 향을 찐으로 느끼고파 딱 그것만 넣었다. 아니 아니 닭 두마리 4쪽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한그릇씩 기운차게 먹고, 올 가을 힘차게 살아보자.
능이버섯 참 신기한 맛이다.
푹익은 능이버섯의 식감이 아작아작 하다.
형부덕에 행복한 저녁식탁이다. 오늘 나는 행복동 늘봄식당 능이백숙전문점 사장님이다. 주문 들어오면 한그릇씩 정성으로 대접한다. 첫 손님! 어? 우리집 까도남 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