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남기고 간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2년새 우리 엄마는 진짜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문구의 '고인'이란 말이 얼마나 큰 슬픔을 담은 말인지를 아버지를 보내드리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아버지도 옛 사람이 되어 우리들 가슴속에, 그리고 추억속에 영원히 잠들어 계신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 짓게 만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송함, 아이들을 핑계로, 나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에 더 잘하겠다고 다짐만 할뿐, 자꾸 미루기만 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오늘밤 자꾸만 슬픈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엄마는 우리가 온다고 조기찌개를 준비하셨다. 그리고 다음날은 갈치를 노릇노릇 구워주시겠다고 넉넉히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 그 갈치 구워먹을 짬이 없었는데, 그새 엄마는 꽁꽁 싸서 집으로 향하는 나에게 이런저런 음식과 함께 건내셨다. 차마 뿌리칠 수 없어서 갖고 와 오늘 저녁 우리 식탁위에 올린다.
갈치를 씻으면서, 또 감자를 까면서 우리 엄마는 또 날 눈물짓게 만든다.
오늘 저녁은 우리 엄마표 반찬과 하지감자를 수확하는 여름이면 엄마가 자주 해 주셨던 갈치감자조림이다.
감자를 두툼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제법 큰 토막갈치 줄세워 올린다. 양파를 채썰어 흩뿌리고, 빠알간 양념옷 자작하게 입혀서 보글보글 끓여주면 된다.
음식의 맛은 간이 딱 맞아야 제맛이 난다. 싱거워도 또 너무 짜도 식탁 위의 즐거움은 반감된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좋은 그 맛을 찾아내는 게 바로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요즘이야 최고의 레시피들을 손끝 하나로 영접할 수 있으니, 요리 초보도 흉내는 제법 낼수 있는 세상이다. 단 관심이 있다면야. ㅎㅎ
요즘은 간도 제법 잘 맞추고, 맛있다는 소릴 종종 듣기도 하는 나의 간 맞추기 비법은 간단하다.
기본 양념장의 재료는 흔히 알듯이 진간장, 설탕, 고춧가루, 파, 마늘, 후추가루, 생강 정도다.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간을 미리 맞춘다음 그 양념장을 끼얹어 끓이기만 하면된다. 생선조림은 물량이 중요한데, 본재료를 자작하게 잠기게 할 정도의 물을 미리 계량해서 그 물에 양념재료를 넣어 간을 맞춘 양념장을 만들면 간 맞추기가 쉽다. 다 끓어서 완성될 무렵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채우고, 혹여 짜면 물을 조금 더 넣으면 된다.
사실 한식의 세계는 유도리가 많아서 망해도 회생시킬 방법이 다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생선조림은 무나 감자를 넣게 되니까 살짝 달달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내가 찾은 가장 좋은 단 정도는 진간장과 설탕의 비율을 3:1 정도로 하는 것이다.
아무튼 간이 든 감자는 포근포근하면서도 달달짭짭한 게 맛이 참 좋고, 갈치는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안 가져간다고 손 탈탈 털고 왔으면 엄마도 나도 참 속상하고, 아쉬웠을 갈치다. 엄마랑 같이 한상 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혼자 드시는 밥이 얼마나 입맛 당기시겠는가?
옛 날 같으면 우리 동네 마트에 더 크고 좋은 것 있다며, 엄마 드시라고 뿌리치고 왔을터인데..... 주는대로 받아서 감사히 먹는다. 엄마가 그런 나를 좋아하시니까. 혼자되시고 또 나이가 드시니 서운한게 많아지는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