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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21. 2022

이런 돈까스 어때요?

손가락을 닮은 엄마표 스틱돈까스

제비아빠가 저녁 약속이 있단다. 오랫만에 또 울 꼬맹이랑 오붓한 한끼를 즐겨야 한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유있게 저녁을 먹어보자. 음! 그거 좋겠다. 오늘은 매일 먹는 밥 대신 우동에 돈까스 한번 먹어볼까?


오늘은 꼬맹이가 돈까스 소스를 만들고, 이 엄마는 돈까스를 튀기고, 우동을 끓인다.


백선생표 돈까스 소스를 만든다길래 설탕을 좀 줄여달랬더니, 단칼에 안된단다. 레시피에 진심인 울 꼬맹이다.  손재주가 좋아서 좋은 레시피만 구하면 세상에 못만들 디저트가 없어보인다.


울 꼬맹이가 만든 케이크 몇개 올려볼까!

직접 안봤으면 나도 못 믿었을 작품이다.ㅎㅎ 저 작은 손끝에서 마법처럼 탄생한 요 예쁜 케이크들을.


울 꼬맹이가 지난 일년동안 유튜브를 스승삼아 갈고 닦은 실력이다.

자! 돈까스 한번 만들어볼까?

내가 만드는 돈까스는 시중에서는 보기 힘든 손가락 모양의 스틱돈까스다. 아이들 어렸을때 먹기 편하게 요령껏 만들다 보니 이렇게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ㅎㅎ 언뜻보면 새우튀김 같다.


돼지고기 안심도 좋고, 목살부위도 좋다. 일단 고기를 엄지손가락 굵기로 해서 길게 잘라준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서 준비한다.


빵가루에 1차로 굴린 돼지고기를 계란물에 살짝 적셔준다. 그리고 나서 2차로 빵가루에 다시 굴려  돼지고기가 빵가루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게 다독여 모양을 잡는다. 이렇게 해야 빵가루가 고기에 골고루 잘 붙어서 튀겼을 때 보기도 좋고 바삭한 식감도 풍부한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


이제 팬에 적당히 기름을 넣는다. 스틱형돈까스는 많은 양의 기름이 필요 없다. 내용물이 반만 잠길정도의 기름이면 충분하다. 튀김 온도가 올라가면 한쪽을 먼저 튀기고 다시 뒤집어서 반대쪽을 튀켜주면 되니까.


기름에 튀기는 모든 재료는 초벌과 재벌 두번 튀겨줘야 눅눅함 없이 바삭하다.

처음 튀길땐 노릇하게, 두번째 튀길때는 노릇노릇하게 색을 봐가면서 너무 탄 색이 나지 않게 튀겨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튀기는 시간도 얼마안되고, 처지 곤란한 기름도 거의 남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돈까스가 완성된다. 보통 손바닥만큼 넙적한 모양의 돈까스를 튀기다 보면 가장자리는 타고, 가운데는 덜 익는 참사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데, 스틱형 돈까스는 그런걸 염려할 필요가 없다.


저녁식탁에서 도란 도란이야기꽃이 핀다.


"엄마! 엄마는 조선시대로 가면 어느 왕때로 가고 싶어?"

"글쎄! 음~ 엄마는 영조시대로 가서 어려서부터 자식교육 그렇게 시키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얘기좀 해줘야 겠다. 사도세자 같은 비극이 안생기게 말야! 그리고 정조시대로 항생제같은 거 가지고 가서 정조가 종기로 죽지않게 수를 써줘야지. 정조의 못이룬 꿈을 펼칠 수 있게 말이야! 너는?"


"음, 나는 세종대왕!"

 "왜?"

"세종대왕이랑 한글 만들게!"

"뭐? 너 없이도 세종대왕이 한글 잘 만들었는데, 그때로 니가 왜 가?"

"그럼 세종대왕이 한글 만들기 전으로 가면 돼지!"

"꼬맹아! 너는 한글을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잖아?"

"아니! 입모양 보고 만들면 되잖아!" ㅋㅋ


세종대왕이 한글 만들때 옆에 서 있다가 한글창제의 역사적 에 숟가락 하나 쓰윽 얹고 싶었던갠가?ㅎㅎㅎ


그런데 울꼬맹이가 또 묻는다.

"그럼 엄마는 조선시대로 딱 한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뭐 가지고 갈거야?"

"꼬맹아! 엄마는 지금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왜 자꾸 조선시대로 보낼라 그래? 힘들게~~

 가지고 가서 쓸만한 걸 갖고 가긴 해야  할텐데 뭐 딱히 가지고 갈만한 게 없네. 뭘 가지고 가지?"

곰곰히 생각중~~~


"조선시대는 못먹고 못입는 백성들이 많았을테니까, 품종 좋은 씨앗들을 몸땅 가지고 갈까? 고구마나 감자를 가지고 갈까? 거기 가지고 가서 두고 두고 쓸만한 게 없네. 어렵다아! 너는?"

너무도 당당하게 "나는 라면 가지고 갈꺼야!"

"라면? 그 라면 몇개나 가지고 갈거야? 10개면 10명 100개면 백명이면 끝이잖아?"

"그래? 그럼 라면스프!" ㅋㅋㅋ

라면스프를 한가마니쯤 가져갈 모양이다.

"라면스프 가지고 가서 뭐하게? 물에 타서 커피처럼 마시게? 하하하"

"아니, 물에도 타먹고, 밥도 비벼먹고, 국에도 넣어 먹고, 떡에도 뿌려 먹고......"

"근데 무슨라면스프 가지고 갈거니?"

"진라면이지!"

그렇게 싱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마무리 한다.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얼마나 진라면이 맛있었으면 시대를 거슬러 조선시대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을까?

울 꼬맹이에게 진라면을 종종 끓여줘야 겠다.


요새 유튜브에서 그런 드라마를 본 모양이다.

초등생 딸이랑 나누는 대화는 늘 재밌다. 엄마의 장난스런 대화에 꼬맹이는 엄마가 자꾸 자기를 놀린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엄마의 말의 품격을 좀 올려봐야 겠다. 될까? ㅎㅎㅎ

2022년 09월 21일 수요일 딸과의 오붓한 저녁이 행복한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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