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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23. 2022

가래떡볶이.... 통 크게 먹자.

꼬맹아! 우리 요새 너무 오붓한 거 아냐?

이틀째 우리 집 넓은 식탁을 채우는 건 울 꼬맹이와 나 둘뿐이다. 아빠도 오빠들도 없으니, 좀 이른 저녁을 먹고 놀자며 울 꼬맹이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본다. 오늘은 떡볶이가 먹고 싶다네.


떡볶이 떡은 없고 대신 출출할 때 구워줄까 하고 준비해둔 가래떡이 한팩 있다.

"꼬맹아! 오늘은 통 크게 이걸로 떡볶이 한번 만들어줄까? 다섯 줄이면 되겠니?" 양이 작은 울 꼬맹이가 호기롭게 그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단다. 배가 몹시 고프긴 고픈 모양이다.


떡볶이 양념은 별것 없다.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진간장을 적당히 섞어 손끝으로 맛봤을 때 달달하고, 짭짤하면 된다. 완성돼가는 모양새를 봐서 부족한 간은 진간장으로 마무리하면  끝. 오늘은 울 꼬맹이를 위해 꿀맛 나라고, 설탕 대신 꿀을 좀 넣고 너무 단  싫어하니 꿀 양을 줄여 덜 달게 해준다.


 육수도 내가며 이런저런 방법으로 많이 만들어 봤다. 건강을 생각해 욕심을 내면 낼수록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던 기억이.... 암튼 우리 집 아이들은 군더더기 없는 이 조합의 떡볶이 맛을 제일 좋아한다. 혹 집에 돌아다니는 라면수프가 하나쯤 있어 그 도움을 좀 받는다면, 아이들이 엄지 척하며 아주 좋아라 할것이다. 마법수프 하나면 아이들의 입맛 잡는데 최고다. 참 희한하다.


물을 적당히 넣고 양념장을 풀어 먼저 보글보글 끓이다가, 적당히 수분 좀 날리고 나서 떡과 어묵을 넣어준다. 처음부터 같이 끓이다 보면, 어묵이랑 떡은 너무 퉁퉁 불고, 조려 지지 않은 국물은 겉돌아 떡을 국물에 적셔먹는 듯한 아쉬움이 들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파, 마늘 같은 향신 양념도 생략한다.


딱 우리 꼬맹이가 좋아할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엄마는 오늘 저녁은 패스다.

우리 꼬맹이가 떡볶이를 먹으면서 엄마를 시험에 들게 한다.

수학 문제를 건네면서 엄마도 풀어보란다.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다.

어? 풀이과정도 써야 한다는데......

응? 문제 보고 순간 동공 지진이, 여기서 밀리면 안 되는데.... 일단 X 대신 네모를 이용해 식을 세워본다. 울 꼬맹이 맛나게 떡볶이를 베어 물더니, 실실 웃으며 한마디 한다. 자기가 했다가 망했던 방법으로 가고 있다나?

순간 풀이과정은 제쳐두고, 답이라고 맞춰야 이 엄마의 체면이 살 것 같다. ㅋㅋ


어쨌거나 이 엄마는 맞췄다. 엄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문제 가지고도  순간 당황하다니....ㅋㅋ

이젠 숫자라면, 잔돈 계산도 잘 안 되는 이 엄마가 초등 6학년 딸내미 앞에서 체면 구기기 싫어 1차 방정식을 세워가며 기를 쓰고 문제를 푼다는 게 어이가 없다.  신중하게 검산까지 마치고.... 틀렸음 어쩔 뻔!!


너는 이해는 했냐고 물으니, 간단하게 그림으로 끝내네.

"꼬맹아! 넌 엄마한테 왜 풀라고 한 거니?"


"엄마가 오빠 때는 이 정도 문제는 눈 깜 고도 풀었어! 나이가 들어서 그래! 너도 나이 들어봐. "

오늘도 엄마는 딸내미 앞에서 큰소리만 뻥뻥 친다. 엄마가 수학땜에 인생 망한 건 비밀!! ㅎㅎ

수학을 눈으로 푸는 게으름....잘할리가 있었겠니?


옛날에 친한 친구가 수학 못한게 많이 아쉬워서 , 임신하면  정석수학 풀면서 태교할 거란 농담을 했었는데....

난 태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중등수학   시작해야 하나? 순간 고민이 된다.ㅎㅎ


수학을 못했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너무 일~찍 수학과 담 쌓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많~이 아쉽다고 전해~~라.

2022년 09월 22일 목요일 초등수학문제 풀다 체면 구길뻔~한.......늘봄 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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