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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Sep 24. 2022

빠알간 닭볶음탕

코끝으로 유혹해서,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라!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요? 오늘 저녁은 뭐예요?"

"그래? 닭볶음탕!"

오랫만에 엄마가 만든 닭볶음탕 먹는다며 좋아라 한다. 방에서 공부하다 맛있는 냄새를 핑계로 나온 걸 보니 이제 슬슬 배가 고파 오는 모양이다.


9월내내 학원급식 대신 점심, 저녁 두끼를 학원근처 식당들을 유랑하며 입맛대로 먹어대더니, 요 며칠은 속이 좀 불편했나 보다. 오늘은 배가 살살 아프다고 집에서 쉰단다. 종일 제방에서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며 화장실을 들락 거렸다. 저녁 먹을때가 되니 이제 속이 좀 안정 된 모양이다.


10월이 코앞이다. 1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수능 본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두번째 수능 볼 날이 50여일 남짓 남았다.


자꾸 이상한 것 먹어서 속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고 주의도 준다. 생활도 꼼꼼하게 실력도 꼼꼼하게 마무리 해 가야 할 시기라고, 정신 좀 바짝 차리고 남은 시간 실력향상에 집중해보자고. 다음은 없다고 경고하고, 올해도 고배를 마시면 군대나 가자고 못을 박는다.


나에겐 참 든든한 아들이다. 

"아들아!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몸도 생각해 가면서 공부해야지! 그만 불끄고 자라"

엄마 평생 소원이 아들 머리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그런말 한번 건네 보는 것이다.ㅎㅎ


현실은?

"아직도 안자? 게임해? 아니 이번엔 드라마 리뷰냐!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봐? " 내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외엔 딱히 아쉬움이 없는  아들이다. 학생이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도 양심없는 짓이라며, 양심좀 가지라고 근 몇년을 잔소리 하고 있다.


늦은 귀가에도 항상 막내 동생이 잘 자고 있나 방문을 열어 얼굴 한번씩 챙겨본다. 막내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껏 성장 과정을 지켜봐왔기에 동생을 보는 마음이 남다른가보다. 매번 우리 꼬맹이는 어렸을 때가 더 이뻤다고 농담을 한다.


어렸을 땐 하늘 민자에, 이름 돌자를 써서  민돌이라 부르며, 이세돌 같은 프로바둑 기사로 한번 키워봐야 겠다는 야심 찬 꿈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헌데 이 시골엔 바둑을 배울데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접었었다. 지금 우리 옆동에 있는 꿈나무바둑교실 간판을 볼때마다 시작도 못해보고 접은 바둑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 두고 떠오른다. 역시 사람은 사는 터가 중요하다.


그 아쉬움에 애들 어렸을 때 오목은 엄청 뒀다.ㅎㅎ


닭볶음탕이 맛있단다. 밥상위에 앉으면 항상 농담처럼 건낸다.

"엄마! 제가 먹어보고, 냉정하게 평가해 드릴께요!"  

"야! 그런 거 하지마. 세상에 맛없게 만들어야 겠다고 작정하고, 음식 만드는 사람은 없어. 시작할 땐 모두 맛있게 만드는 게 목표지! 그러니까 맛있으면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맛있게 먹고, 맛없으면 그냥 조용히 먹는 거야! 알았어?"


꼭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지? 맞아! ㅎㅎ

막내 동생을 엎어 키운 큰 오빠! ㅋㅋ

꿈같은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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