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쌀쌀하다. 저녁나절의 여유로움 속에서도 공기의 쌀쌀함이 가슴 한구석을 싸하게 파고든다.
브런치를 만나고, 맞이하는 첫 가을이다.
일터로 오가는 길에 브런치를 만나고서 나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전에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주변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 채 음악을 듣거나, 팟빵을 듣으면서 걸었다. 그것도 참 좋았다. 헌데 가을 정취가 풍기는 요즘엔 주변의 소음에 무방비 상태로 걸으며, 가을 하늘을 감상하고, 가로수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며 색다른 감상에 빠져든다.
나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쉬이 지나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지나쳐버리고 싶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 일방적으로 듣는 것에만 집중해 왔던 내가 자꾸 내 생각에 빠지고, 감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관찰하게 된다. 한시간 남짓 되는 출퇴근 길에, 걸으면서 잠시 잠깐 빠져드는 그 생각의 시간이 너무 좋아졌다. 브런치는 나의 그렇고 그랬던 출퇴근 시간을 살짝 설레임으로 바꿔 놓았다.
또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냥 습관적으로 준비하던 저녁식사 준비의 시간을 즐거움으로 바뀌게 해주었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하루 하루 쌓이는 사진들 속에서 내가 들인 시간의 공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본다.
우리 큰아들이 늦은 밤, 켜진 스탠드 아래서 노트북을 도닥이는 엄마가 궁금 했던 모양이다.
"엄마! 뭐 하세요? 안주무세요?"
"응! 엄마는 지금 증거를 모으는 중이다" "네??" 의아스런 우리 아들의 반문이다.
"음! 엄마가 나중에 너희들에게 밥값 청구할라고 작업중이야. 진작에 했으면 어마어마 했을텐데... 이제라도 모아 둘려고. 밥값 만만치 않을 거야. 나중에 이 값 다 치룰려면 넌 열심히 살면서 네 능력을 키워둬야 할 거다! 대신 값은 싸게 해줄께! ㅎㅎ" 싱거운 농담에 제 방으로 가면서 밤인사를 건넨다. "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석달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록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어설프게 느껴가고 있다. 깊이가 느껴지는, 또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는 멋진 글들을 읽고, 그 속에 빠져들때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은 부끄러움에 흔들릴때도 많았다. 그리고 자기 일터에서 열심히 일상을 채워가는 와중에 작가로서, 제2의 커리어를 찾고 또 찾아가는 사람들의 흔적들을 보면서 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참 부끄러웠다. 한편으론 나의 어설픈 밥상일기에 하트를 보내주는 분들의 응원에 부끄러우면서도 조금씩 힘이 났다.
그리고 뻔뻔해지기로 했다. 어차피 난 어설픈 초자인데 어때? 정식으로 글쓰는 것을 배워본적도 없고, 그런 글을 제대로 써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책이 좋아 책속에 파묻혀 산 기억도 없는 난데 어때? 어설프고 촌스러워도 어때? 그게 난데!! 그런 맘으로 용기를 다잡고 있다.
그래도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실이니까!
하지만 그 촌스럽고 어설픈 지금의 모습에 머물러 있고 싶진 않다. 돼든 안돼든 꾸준히 우리집 밥상일기를 이어 갈 것이며, 그 꾸준함 속에 성실함이 뭔가를 보여주는 삶의 태도를 몸에 익혀가고 싶다. 항상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었던 그런 생활 습관의 맹점을 글쓰기를 통해서 극복해 보고 싶기도 하다.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내가 나에게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그 성실함이다.
이 곳에서 나의 이 다짐이 또다시 용두사미가 돼지 않기를 다짐하며.....
내가 성실하기만 했음 뭐가 되도 됐을 거라며 항상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부여잡고 살아왔다.
어라? ㅋㅋ 그러고 보니 성실하지 않았어도 되긴 됐구나. 세 아이의 엄마! ㅋㅋ
오늘은 그런 나에게 응원의 한잔을 보낸다. 택상과 내가 마주 앉아 도란 도란 막걸리 잔을 기울일때면 종종 함께 하는 그 안주와 함께. 바로 묵은지닭볶음탕! 장수 막걸리 두병 준비하고 말이다.
야채가 곁들어진 닭볶음탕도 참 좋다. 달달함에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라 한다. 하지만 같은 닭을 주재료로 만들어도 작년에 담은 김장김치를 길게 쭉쭉 찢어 양념한 닭위에 얹고 자작하게 국물 끼얹어 푹 끓이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닭기름을 매끈하게 품어 기름기 좔좔 도는 묵은지에 두부 한조각 쌈싸먹는 맛도 기가 막히다.
묵은지와 닭고기의 조합이 딱 좋은 그런 맛이다.
술이 술술
술 취한 내가 어색하지 않은 가을 밤이다.
막걸리 두 병은 정서적 허기만 부를 뿐 취기는 저 멀리 도망간다.
가을은 항상 고요하게 잠들어 있던 내 안의 우울을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서 또 빨리 가자고 되뇌이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가을! 나는 브런치를 만나서 참 좋다. 조금 행복하기도 하다. ㅎㅎ
2022년 09월 26일 월요일
브런치 시작한지 석달이 되어가는 즈음, 그 소회를 안주삼아 막걸리 마시는 늘봄.....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