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사시사철 이곳에 터 잡고, 텃새가 되어버린 제비아빠 한 마리가 산다. 한가할 때마다 인터넷 세상을 유유히 날아다니다 구미가 확 당기는 먹거리를 발견하는 순간 매처럼 날아들어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주문을 한다. 다음 날, 그다음 날 예외 없이 제비집 문밖에는 제비아빠가 손끝으로 물어 나르는 먹거리가 차곡차곡 쌓인다.
오늘도 제비아빠는 인터넷 세상을 유유자적 날아다니며, 우리 집 새끼 제비들 입맛 당겨줄 만한 것 없나? 하고 맛난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행복한 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순간 고개가 갸웃 해진다. 진정 이것은 오로시 제비 새끼들만을 위한 아빠 제비의 수고로움 인가? ㅎㅎ
예외 없이 택배 알림 문자를 확인하고, 문밖의 택배를 들이기도 전에 핸드폰 벨이 울린다.
"택배 왔지? 내가 너희를 위해 준비했어"
"몰라~! 또 뭘?"
"밖에 나가봐. 택배 왔을 거야. 자연산 대하 하고, 햅쌀! 상태가 어떤지 정말 궁금하다. 빨리 확인해 봐"
"그렇게 궁금하면 택배랑 같이 오시던지..."
오늘도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한발 먼저 나선다. 제철 먹거리를 맛보고 싶은 것이다. 저 멀리 목포 앞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다녔을 새우들이다. 상태가 좋으면 반은 새우장을 한번 담가보자고 나를 살살 꼬드긴다. 어디서 누구한테 새우장이 맛나더라~ 하는 소리를 들은 게 틀림없다.
자연산 대하가 65마리다. 제법 크기가 크다. 때깔이나 선도가 장을 담굴정도로 신선해 뵈진 않는다. 빨리 먹어 치워야겠다. 대하찜을 한번 해볼까 하고, 콩나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이 울린다.
"친구가 서울서 왔다가 갑자기 들렀네!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 갈게! 미안. 새우는 애들이랑 맛있게 먹어?"
그런 이유로 오늘은 대하찜 하려다 간단히 대하구이로 메뉴를 바꿨다. 간단하게 대하를 깨끗이 씻어 팬 위에 물 조금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준비랄 것도 없다. 살이 통통 올라서 제법 크다. 소금구이도 좋지만 자칫 소금 위에서 수분이 과하게 빠진 것보다 살짝 삶듯이 익힌 새우가 더 부드럽고 촉촉해서 우린 그렇게 해 먹는다. 물이 보글보글, 새우가 빨갛게 익어간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온 집안을 휘감는다.
오늘은 일찍 귀가한 큰 아들과 꼬맹이 딸과 바다향 가득한 가을 새우맛에 빠져본다.
껍질 벗기는 수고로움이 귀찮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하 속살을 영접한다. 초고추장 푹 찍어 깔끔하게 한입 맛나게 먹는다. 또 한 번은 마요네즈 소스 듬뿍 찍어 고소함으로 입안을 즐겁게도 해본다.
이것이 바로 가을의 맛! 입으로 즐기는 계절의 맛이리라.
도란도란 세 사람이 뜻을 모아 하나가 되어 아빠의 빈자리를 디스로 채운다. 오늘 술자리에서 제비아빠 귀가 상당히 근질근질했을 것이다. ㅎㅎ
어두육미라 했던가? 새우도 바다 출신이니, 예외는 없겠지?
머리만 다 모아서 버터에 바싹바싹하게 구워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물어다 주시는 제비아빠에게 감사히 공손히 어두일미를 대접하자꾸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