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구입한 대하는 2Kg에 3만9천원이었다니 가격도 참 매력적이다. 목포 현지에서 경매로 물건을 받아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올리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는데, 거긴 내 소관이 아니라 자세히는 잘 모른다. 다양한 수산물이 철마다 단골들의 눈길을 유혹하는 모양인데, 울택상은 그곳을 참새가 방앗간 들락거리듯 한다. 여름엔 좀 자제 했다가 찬바람 부는 가을부터 겨울 내내 기회만 되면.....ㅎㅎ
그 덕에 우리가 철따라 계절 별미를 별나게도 자주 먹게 된다.
자연산 대하는 수염이 유난히 길다. 미각이 둔한 나는 사실 자연산과 양식의 맛 차이를 잘 모르겠다. 동시에 두 종류를 먹으면서 비교해 본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생생하게 살아서 팔딱이는 양식새우를 구워먹는 맛은 그 보는 즐거움 만으로도 식욕이 동하니, 양식이냐 자연산이냐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자연산 대하를 생생하게 살아서 맛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니까.
오늘은 찜용콩나물과 자연산대하 딱 두개만 주재료로 해서 찜을 만들어 본다. 대개는 오징어를 두어마리 함께 하는데, 오늘은 대하가 넉넉하니까 깔끔하게 그 맛만 보자.
양념장은 간장과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해서 우리가 다 아는 그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면 된다. 필요하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황금레시피를 참고하면 된다. 비법하나 전하자면 진간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렇게 해물요리를 할때는 멸치액젓을 한숟가락 정도 추가하고 진간장양을 그만큼 줄이면, 감칠맛나는 해물요리를 즐길 수 있다. 멸치액젓이 조미료 역할을 해주니까. 필요하다면 조미료를 넣어 더 맛나게 먹는 것도 괜찮다.
콩나물을 다듬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깨끗이 손질한 새우를 골고루 올리고, 만든 양념장의 2/3 정도를 끼얹어 뚜껑을 닫고 익혀준다. 콩나물의 수분으로도 국물이 흥건해지기 때문에 물은 따로 넣지 않는다. 사실 찜요리의 핵심은 쎈불에서 후다닥 볶아내는 것이다. 시간이 늘어질수록 콩나물의 수분은 빠져서 힘없이 흐물거리고, 국물이 너무 많아져 보기에도 식감도 많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 찜요리의 핵심은 속전속결이다.
대하가 빨갛게 익어가면 골고루 뒤적여 준다. 양념장도 골고루 섞이게 말이다. 파릇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어슷 썬 고추나 대파, 부추같은 것은 마지막에 흩뿌려 살짝 숨만 죽게 섞어준다. 심심하면 남은 양념을 추가하고, 색감을 위해 고춧가루도 봐가면서 더 넣어주면 된다. 나는 특별히 껍질을 벗겨낸 들깨가루를 질척한 농도조절을 위해 사용하는데, 전분을 사용하는 것 보다 영양적으로도, 구수한 맛을 내는데도 최고인 것 같다.
들깨가루는 맛은 업 시키지만 빠알간 색감은 좀 떨어뜨리기는 한다. ㅎㅎ
대하찜이 완성되었다. 색감은 좀 떨어지지만 맛은 정말.... 내가 만들고 내가 감탄 할 지경이다.ㅋㅋ
일단 재료가 좋으니까.
전엔 울택상이 식탁위에서 나보고 재주 좋다고, 참 재주 좋다고 은근 돌려까기 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이야 군말없이 맛있다고 잘 먹지만 말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ㅎㅎ
"야~ 넌 참 재주도 좋다. 이렇게 좋은 재료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지? 참 재주 좋아!"
맛없단 소리도 이리 고급지게?? 해서 만든 사람 기운 빠지게 했던 장본인이다.
사실 요리라는 것은 하다보면 늘게 돼있다.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고, 하다보면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하게 된다. 같은 재료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며, 다양한 맛을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도 감각은 없지만, 눈썰미는 좀 있고, 손긑이 좀 야물어서 남들 흉내는 좀 내게 되었다. 식구가 많아 많이 만들다보니, 시간이 내게 가져다 준 마법같은 선물이다.
어쩌면 지난 2년, 코로나로 한없이 힘들었던 그 시간이 나에겐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점프하듯 음식 솜씨가 발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아침, 점심, 저녁, 간식에 야식까지 거기에 먹는 시간차 까지 생각하면 거의 종일 주방에서 종종 거렸던 것 같다. 다행 아이들이 맛있다고 잘 먹어주고, 이 힘들고 답답한 때에 먹는 즐거움이라도 누려보자고 참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 댔다. 그덕에 스피드는 물론 음식하는데 거침이 없어졌으며, 솜씨도 많이 늘었다.
그때는 아침 챙겨먹고 출근해서 몇시간 안되는 그 오전 근무시간이 내겐 휴식같은 시간이었다. ㅎㅎ
요새는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싶게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그때는 정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참 힘들었는데, 도리어 이리 한가하게 여유 부리고 있자니 그때가 참 좋았다는 생각을 문뜩 하게 된다.
식탁위에서 세 아이들과 도란도란 먹느라 즐거웠던 그 시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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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살다보니....
적지않은 나이를 먹다보니....
그 말뜻을 어렴풋이 실감하고 있다.
힘들다고, 정말 힘들어 죽겠다고 괴로워하던 고단함도 시간속에서 퇴색되어 언젠가는 그때가 그래도 좋았더라고 추억하는 날이 거짓말 같이 찾아오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