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도 속이 꽉 찼고, 국물은 시원하게 기막히도록 맛나고, 심지어 탕에 들어간 호박마저도 포근포근한 게 별난 맛이다. 진짜 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나다.
"엄마! 정말 맛있네. 나는 왜 이 맛이 안나지?"
"꽃게탕에는 된장을 꼭 풀어줘야지 비린내도 안 나고, 마늘도 듬뿍 넣어야지. 양념을 아끼면 안 돼."
나도 충분히 그렇게 하고는 있는데, 이 손이 문젠가? 우리 엄마 손끝엔 맛 주머니가 하나 숨어 있나?ㅋㅋ
젓가락으로 꽃게 속살을 살살 발라서 엄마 국그릇에 연신 담아낸다. 이 마저도 오늘은 너무 즐겁다. 우리 엄마가 우리 꼬맹이인 양 그렇게 살뜰하게 울 엄마를 챙겨본다. "엄마, 진짜 맛있네. 많이 드셔!"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해물탕도 참 푸짐하게 잘 끓이시곤 했다. 큰 사위 온다면 홍어무침도 새콤달콤하게 맛나게도 잘 만드셨었다. 큰사위는 맥주 좋아한다고 맥주 사다 놓고, 작은 사위는 막걸리 좋아한다고 막걸리 사다 놓고, 아이들 온다면 아이스크림도 사다 놓고 그런 걸 낙으로 아시는 분이셨다.
엄마는 아버지 떠나보내시고, 혼자 적응해가는 근 2년 사이 엄청나게 빨리 늙어버리셨다. 정말 호호 할머니가 돼버리셨다. 유난히 끈끈하셨던 두 분의 정을 생각하면, 엄마의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크셨을지 짐작은 간다.
또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서 오래된 그 큰집에서 추운 겨울나기가 염려되어 급하게 이사를 했었는데, 그 결정이 엄마에겐 더 큰 외로움과 고통을 안겨줬던 건 아닌지....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우리 엄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 특히 우리 엄마는 김치를 잘 담그신다.
그래서 밥상을 차리면 기본으로 김치가 서너 개는 올라온다. 이번에도 우리가 온다고 배추 한 포기 사다가 겉절이를 담그셨다. 집에 손님이 오면 묵은 김치를 내놓는 것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버지도 엄마도 익은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하셔서 그런 습관이 생기신 것 같다.
이번에도 배추 겉절이, 고들빼기김치, 열무김치가 줄을 선다.
엄마가 만드는 고추 멸치조림도 맛있다. 간장 양념에 진하게 조리시는데, 멸치도 고추도 또 국물도 참 맛있다.
우리 엄마는 누룽지도 참 잘 만드신다.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만든 누룽지를 오물오물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드러난다. 참 고소하고 촉촉하니 맛나다. ㅎㅎ
생각해보니, 내가 음식을 남들 하는 만큼은 흉내 내는 것이 다 엄마 덕분인가 싶다. 어려서부터 음식 안 가리고 이것저것 잘 먹을 수 있게 제법 다양하게 음식을 잘해주신 덕에 그 맛이 입에 익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아무튼 우리 엄마의 맛있는 밥상은 나를 힘나게도 하고, 또 눈물짓게도 만든다.
2022년 10월 02일 일요일 엄마가 만들어주신 꽃게탕 먹고 기분이 엄청 좋은...... 늘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