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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Oct 05. 2022

엄마의 밥상

김치 가짓수만 봐도 딱! ㅎㅎ

오랜만에 엄마가 솜씨를 발휘하셨다.

큰딸, 작은 딸, 그리고 손녀딸까지 온다니 엄마가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제철을 맞은 꽃게를 사다가 맛있는 꽃게탕을 끓이셨다.

오랜만에 엄마가 끓여주시는 꽃게탕을 먹어본다.

꽃게도 속이 꽉 찼고, 국물은 시원하게 기막히도록 맛나고, 심지어 탕에 들어간 호박마저도 포근포근한 게 별난 맛이다. 진짜 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나다.

"엄마! 정말 맛있네. 나는 왜 이 맛이 안나지?"

"꽃게탕에는 된장을 꼭 풀어줘야지 비린내도 안 나고, 마늘도 듬뿍 넣어야지. 양념을 아끼면 안 돼."

나도 충분히 그렇게 하고는 있는데, 이 손이 문젠가? 우리 엄마 손끝엔 맛 주머니가 하나 숨어 있나?ㅋㅋ


젓가락으로 꽃게 속살을 살살 발라서 엄마 국그릇에 연신 담아낸다. 이 마저도 오늘은 너무 즐겁다. 우리 엄마가 우리 꼬맹이인 양 그렇게 살뜰하게 울 엄마를 챙겨본다. "엄마, 진짜 맛있네. 많이 드셔!"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해물탕도 참 푸짐하게 잘 끓이시곤 했다. 큰 사위 온다면 홍어무침도 새콤달콤하게 맛나게도 잘 만드셨었다. 큰사위는 맥주 좋아한다고 맥주 사다 놓고, 작은 사위는 막걸리 좋아한다고 막걸리 사다 놓고, 아이들 온다면 아이스크림도 사다 놓고 그런 걸 낙으로 아시는 분이셨다.


엄마는 아버지 떠나보내시고, 혼자 적응해가는 근 2년 사이 엄청나게 빨리 늙어버리셨다. 정말 호호 할머니가 돼버리셨다. 유난히 끈끈하셨던 두 분의 정을 생각하면, 엄마의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크셨을지 짐작은 간다.

또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서 오래된 그 큰집에서 추운 겨울나기가 염려되어 급하게 이사를 했었는데, 그 결정이 엄마에겐 더 큰 외로움과 고통을 안겨줬던 건 아닌지....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우리 엄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 특히 우리 엄마는 김치를 잘 담그신다.

그래서 밥상을 차리면 기본으로 김치가 서너 개는 올라온다. 이번에도 우리가 온다고 배추 한 포기 사다가 겉절이를 담그셨다. 집에 손님이 오면 묵은 김치를 내놓는 것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버지도 엄마도 익은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하셔서 그런 습관이 생기신 것 같다.


이번에도 배추 겉절이, 고들빼기김치, 열무김치가 줄을 선다.

엄마가 만드는 고추 멸치조림도 맛있다. 간장 양념에 진하게 조리시는데, 멸치도 고추도 또 국물도 참 맛있다.


우리 엄마는 누룽지도 참 잘 만드신다.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만든 누룽지를 오물오물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드러난다. 참 고소하고 촉촉하니 맛나다. ㅎㅎ


생각해보니, 내가 음식을 남들 하는 만큼은 흉내 내는 것이 다 엄마 덕분인가 싶다. 어려서부터 음식 안 가리고 이것저것 잘 먹을 수 있게 제법 다양하게 음식을 잘해주신 덕에 그 맛이 입에 익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아무튼 우리 엄마의 맛있는 밥상은 나를 힘나게도 하고, 또 눈물짓게도 만든다.  

 

2022년 10월 02일 일요일 엄마가 만들어주신 꽃게탕 먹고 기분이 엄청 좋은......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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