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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공주는 엄마가 되고....

시간 참 빠르게 간다.

by 늘봄

시절 유감

내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 우리 조카는 네 살 꼬맹이였다. 우리 언니는 내가 시험 치러 갈 때도, 면접 보러 갈 때도, 입학식에도, 기숙사에 짐 싸들고 들어갈 때도 부모님을 대신해 요 꼬맹이 아가씨를 항상 둘러업고 나와 함께 해 주었다.


스무살에 부모님 곁을 떠나 나의 첫 서울살이에 언니는 나의 든든한 보호자이자 후원자였던 셈이다.

특히나 면접 보러 가던 날 난생 처음 전철을 탔던 나는 요 꼬맹이 아가씨 덕에 당황스러웠을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렇게 미어터지는 전철을 타보기는 난생처음이었다. 사람들에 밀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나는 내리려고 낑낑대며 사람들을 헤치고 겨우겨우 문 앞에 딱 섰는데, 코앞에서 문이 닫히고 말았다. 황당!!

"아저씨! 애기가 못 내렸어요? " 우리 언니가 업고 있던 꼬맹이 신발을 벗겨 순식간에 닫히는 문틈에 끼어넣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내렸다.

"저렇게 큰 아기였어?" ㅋㅋ 지금 생각해도 그날 그렇게 우리 언니가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 살배기 꼬맹이였던 우리 조카가 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서 행복한 주인공이 되고, 어느새 또 멋진 귀염둥이 왕자님의 엄마가 되었다.


그 꼬마 공주가 세월을 엮어가며, 직장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제 역할 제 자리를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도 대견하고 이쁘다. 보고 있자니 흐뭇하기도 하다. 세월은 참 빨리도 갔다.


나에겐 여전히 귀엽고 예쁜 꼬마 공주.

나이를 먹어도, 아기 엄마가 됐어도 여전히 아기 같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래 그런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봐도, 아들을 안고 있는 엄마가 아니라 이모스럽다.


그 꼬맹이가 20개월 된 아들과 남편이랑 셋이서 온 가족이 함께 우리 집을 잠깐 방문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잠시 잠깐 봤던 조카사위도 이번에 찬찬히 함께 해보니, 여간 듬직한 게 아니다. 결이 참 반듯하고 심성이 참 맑아 뵌다.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알콩달콩 참 재밌게 잘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내 맘도 참 흡족해진다.


20개월 된 손주를 보니, 내가 이 나이에 할머니가 된 건 너무 억울하지만, 일을 잠시 쉬면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 아기를 키우는 육아의 고단함을 알기에 지친 듯 피곤한 듯 그 모습이 안쓰럽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시국과 함께 육아가 시작되었으니, 심적으로도 더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꽤나 힘들었을 터이다.


엄마랑 이모가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실컷 쉬라고, 주말 내내 개구쟁이 왕자님과 장단 맞춰 놀아줬다. 오랜만에 아기를 대하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저만했었던지 기억마저 아득해진다. 그런 때가 있었나 싶다.


요요 개구쟁이 왕자님! 에너지가 장난 아니다. 먹기도 잘 먹고 놀기도 잘 논다. 지칠 줄 모른다. 아마도 운동선수를 시켜야 할 것 같다. 요 녀석 뒤꽁무니 따라다니면서 우리 조카가 얼마나 체력적 부담을 느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고로 육아 제1의 필수 조건은 엄마의 국가대표급 체력을 만드는 것이다.ㅎㅎ


우리 조카가 자꾸 묻는다.

"이모! 이모는 어떻게 셋이나 키웠어? 대단해"


그런가?

나도 내가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한때는 내 나이에 아들 둘은 국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최선이었다고 뿌듯해했다. 둘이 함께 묶어서 군대 보내고, 세계 일주할 꿈에 부풀어 시간아 빨리 가라 했건만! 축복처럼 그 늦은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니? 그렇게 운명처럼 우리 꼬맹이가 우리 집으로 찾아든 거지!


내가 날개옷 잃은 선녀 신세가 될 줄이야!

세계 일주의 꿈은 그 날로 접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 그때는 정말 힘들고 지치고 괴롭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저절로 알아서 큰 것 같기도 하네. 시간이 주는 마법의 힘으로 말이야.

지나고 보니, 힘들다고 불평할 시간도 아깝다. 눈 깜짝할 새다.


세상에 이처럼 값진 일이 또 어디에 있겠니?

나의 사랑스러운 영원한 꼬마 공주야!

네가 하고 있는 이 값진 엄마로서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너도 시간의 덕으로 알아가게 될 거야. 지치고, 힘들어도 힘내고.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는 것 명심하고! 항상 응원한다.

우리!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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