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은 고깃집에서 딸려 나오는 건더기도 별로 없이 국물도 멀뚱한 그 된장찌개를 참 좋아한다. 건더기 라야 호박 몇 개, 양파 몇 조각, 그리고 깍둑 썬 두부 대여섯 조각에 약간의 파. 든 건 별로 없어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그 맛. 그런데 집에서는 절대 그 맛을 흉내 낼 수가 없다. 멸치와 다시마로 진하게 육수를 내고, 시중에 파는 조개가 들어갔네, 꽃게가 들어갔네, 소고기가 들어갔네.. 하는 된장으로 끓여도 여전히 고깃집 그 된장 맛을 재현하긴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내가 끓인 된장찌개는 먹을 만은 하되 아이들이 원하는 그 맛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건강에 좋은 줄은 알면서도 자주 밥상에 올리지는 않는다. 왜냐고? 인기가 없으니까. 한데 거기에 고기만 쫌 넣어도 아이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진다. 된장찌개에 들어간 고기는 구수한 된장 맛이 입혀 저서 깔끔하면서도 촉촉한 수육을 먹는 듯한 그 느낌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아이들이 된장찌개 한 그릇을 다 비우게 하려면 고기로 유혹을 꼭 해야만 성공적으로 뚝배기 바닥을 볼 수 있다. ㅎㅎ
이상하게도 나는 습관처럼 야채를 많이 먹이고픈 욕심이 늘 작용해서 된장찌개를 끓이다 보면 국물이 약간 부족해 뵈는 빡빡한 된장찌개가 되기 일수다. 그런 이유로 나에겐 국물이 멀뚱한 된장찌개 끓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번에도 국물 자작한 된장찌개가 아니라 국물 멀뚱한 걸 목표로 큰 냄비로 한솥 끓인다. 그러고 나서 식사 시간이 제 각각인 가족들에게 고깃집 된장찌개처럼 멀뚱하게 한 그릇씩 대접해 볼까 해서 말이다.
멸치와 다시마에 새우를 손질하면서 떼어낸 머리까지 넣어 해물 냄새 진하게 풍기는 육수를 낸다. 집된장과 시판 된장을 반반 섞어서 푹 끓인 다음, 잘게 썬 야채를 적당히 넣는다. 보글보글 찐한 냄새에 군침이 돌 무렵 손질 새우를 넣고 오동통하게 익을 때까지 살짝 더 끓여준다.
음! 가을 대하를 품은 된장찌개가 맛나게 완성되었군.
잘게 채 썬 청양고추 고명으로 올리고, 국물 한번 맛본다. 음! 칼칼하고 맛나는군! 굿!!
까탈스럽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울 우리 집 둘째 호돌이 왈
"엄마! 먹을 만은 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차돌박이 된장찌개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아들아! 넌 암만해도 사회생활 자~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눈치가 없고나! ㅋㅋ
2022년 10월 11일 맛있는 된장찌개를 찾아가는 ......늘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