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에 고기가 필요하다면, 단연코 돼지고기만큼 찰떡인 경우도 없다. 잡냄새 전혀 없는 실한 돼지고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제법 잘 어울리는 메뉴다.
요새는 내가 구입한 식재료가 계획대로 착착 소비되지 못하는 돌발 변수가 종종 생긴다.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점점 다가오는 식재료가, 특히나 육류가 있으면 다소 마음이 급해진다. 후라이드치킨을 만들어볼까하고 세일중에 샀던 닭고기가 제 용도를 잃고 김치냉장고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요 닭고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닭고기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보기로 했다.
별로 어울릴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국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찌개 맛을 이 닭고기가 살려줄 수 있을까? ㅎㅎ
일단 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고춧가루 조금 넣고, 기름살짝 둘러 달달 볶는다. 넓직한 다시마 두조각 넣고, 물도 넉넉히 붓고,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닭고기를 몽땅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양파도 넣고, 마늘도 넣고, 생강도 조금 넣고, 파도 좀 넣고 넣을 건 다 넣었다. 푹 끓인 다음 부족한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마무리 했다.
닭고기 육수가 배어나와 국물은 그런대로 먹을만은 하다. 그런데 고기에 간이 전혀 배지 않아서 좀 아쉽다.
김치찌개속 고기가 따로 노는 것 같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않은 조합이다. 국물 자작하게 해서 진하게 조려내는 묵은지닭볶음탕과는 다르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차라리 닭볶음탕을 할 걸 그랬다.
음식을 하면서 혹은 세상을 살면서도 이러한 일들은 비일지재하게 일어난다. 의외의 조합에서 상생의 또다른 맛을 찾아내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예상밖 조합으로 큰 아쉬움을 주게 되면, 그 음식은 곧 쓰레기로 전락하기 쉽다. 이 김치찌개는 먹기야 다 먹었지만 별로라고 입을 모았다.
밑간을 해서 닭고기에 간이 제대로 밴다면 평가는 달라질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ㅎㅎ
나의 경우 사람관계에서도 그러했다.
나랑은 아닌 것 같다는 굉장히 본능적인 직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다른 이유 때문에 끌려가듯 유지했을 때 항상 때 늦은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예상밖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의외로 사람의 첫인상은 많은 것을 말해주곤 한다. 100% 그렇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순 없지만, 대체로 그러하기가 쉽다는 생각이다.
애써 만들었는데 반응이 시원찮을땐 내 기분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손에 익고 입에 밴 음식들만 주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그 맛있는게 뭔지 나도 몰라서 제대로 된 외식메뉴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뭘 먹으면 맛있을까?
우리 동네엔 정말 줄서서 먹는 맛집이 하나도 없다.
우리 동네도 그런 맛집이 하나 생겻으면 좋겠다.
체인식당은 넘쳐나는데, 음식에 진심인 사장님들이 없다. 그래서 문열기도 쉽고, 문닫기도 쉽다.
얼마 못 버티고 문이 닫히고, 업종이 바뀌는 식당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씁쓸한 맘이 든다.
이 메뉴도 내 맘에 씁쓸함을 남긴다. 하~
2022년 10월 11일 화요일 이 조합 별로야~ 먹을만은 해!.....아쉬운 늘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