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졌다!
형수도 못알아 봐?? 마스크때문에??
오전 7시! 아침 준비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울택상이 내 옆자리에 스윽 앉는다. 그러더니 며칠전 있었던 얘기를 어이없어 하며 꺼낸다.
"저번에 당구치러 가다가, 바람이 시원해서 배다리나 한바퀴 돌고가야지하고 도는데, 어떤 아줌마가 걸어오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하더라!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니까 누군지 몰라보겠더라고. 근데 너무 친한 사이처럼 인사를 하는 거야! 나도 인사를 하긴 했는데...." 운동 열심히 하세요 하며 가는데 한참을 생각했단다. 저렇게까지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데, 분명 잘 아는 사람인가본데 하고, 단골중에 누군가 싶어 몇몇을 떠올려봐도 딱 떠오르는 이가 없어 궁금하긴 했단다. 누구지?
"형이 전화가 왔는데, "배다리에서 집사람 만났다며? 하더라!"
"깔깔깔 뭐야? 형수도 못알아봐? 어이없다! 어이없어!"
그러니까 우리 택상이 산책길에 만난 사람은 근처에 사시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형의 아내, 형수님 이셨던 것이다. 바로 우리 형님. 하하하
마스크때문에 생긴 에피소드에 어이없어 간만에 한참을 웃었다.
아무렴! 마스크 쓰고, 모자좀 썼다고서리 형수님을 못알아봐? 안경은 왜 쓰고 다니남??
횟수로 3년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집도 그 영향아래 확진의 폭풍이 훑고 간지 몇 개월 되간다. 요즘 서서히 다시 확진자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번 걸리고 나니, 이젠 여유가 좀 생겼다. 경험해보니, 다행히도 우리집은 계절독감보다 좀 수월하게 넘어가서 전처럼 큰공포감은 없다. 뭘 몰랐을땐 카더라 통신에 몸을 사렸는데, 경험을 하고 나니, 알고 나니 턱없는 공포감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꾸준히 개인위생에 신경쓰며 마스크 잘 쓰고 다니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5월초쯤 실외마스크의무착용이 해제 됐으니, 근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날씨가 쌀쌀할때는 괜찮았는데 날씨가 더워지자 출근길에 방역마스크를 쓰고 걷자니 상당히 답답했다. 그래서 야외에서는 덴탈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서는 방역마스크를 쓰며 생활하고 있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안써도 된다할때 처음엔 숨좀 제대로 쉬고 다니겠구나 했다. 헌데, 마스크를 벗고 걷다보니,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습관처럼 야외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며 걷고 있다. 근 몇년을 그리 생활하다 보니, 이젠 마스크착용이 주는 편안함에 길들여진 것이다. 햇빛 쨍한 날에는 자외선이라도 가려보자고 눈밑까지 최대한 활짝 펼쳐서 쓴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은 대체로 호감상에 젊어 보인다. 눈만 빼꼼히 내놓은 상태에서 헤어스타일과 옷 입는 맵시만 조금 신경쓴다면 실로 나이 가늠이 힘들 것이다. 한번은 엘리베이터안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날도 덥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날 정도인데, 얼마나 힘들실까 싶고, 또 멀뚱멀뚱 서 있기도 뭐하고 해서 " 날도 더운데 너무 힘드시죠?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땀이 나는데....." 하고 인사를 건냈다. 아주머니 그 수고로움을 알아줘서 맘이 동하셨는지 나를 보시더니,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오냐고 되물으셨다. "아이고, 큰애가 고3이예요. 마스크 벗으면 깜짝 놀라실거예요!"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그렇게 나이 확 후려쳐서 젊게 봐주시니 말이라도 고맙고, 거울 한번 더 쳐다보고, 입이 귀에 걸렸었다. 마스크덕분에 이 나이에 어린이집 다니는 꼬맹이 엄마 소리도 한번 들어봤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면면도 그렇다. 마스크 벗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분들도 있다. 때로는 익히 알고 있던 얼굴들도 하관을 마스크 속에 가린 모습에서 저 사람이 저렇게 이뻤었나?하고 고개가 갸윳해질 때도 있다. 때론 정말 예쁘네 싶었는데, 마스크 벗고 마주한 모습이 상당히 기대와 거리감이 있어 아쉬웠던 적도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사람의 전체적인 호감도를 결정하는데 하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상외로 크구나하는 것이다. 마스크세상을 살면서 느낀 게 대체로 사람들의 눈빛들이 참 선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나야 뭐! 좀 가려줘야 바람직한 인물!ㅎㅎ 그래서 마스크 세상을 사는 게 참 편하고 좋다.
한편으론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입장에선, 코로나 세상을 살고 있는 유아기 아이들이 걱정이다. 등원길 하원길, 어디에서도 마스크 꼭 쓴 모습이 너무 익숙한 우리 어린이들을 보며 못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고만할때 친구들, 가족들, 이웃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그 변화하는 표정속에서 감정을 읽고 또 공감하는 상호작용도 자연스레 경험하며 익혀가야 하는데.... 마스크 쓴 사람들속에서 혹여 그런 정서적 성장과정이 경험적으로 상당히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싶어 괜시리 걱정이 앞선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에선 그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 세상을 살면서 좋은 점 하나 꼽으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모적인 사적 관계들이 자연스레 많이 정리됐다는 것?!
더 좋은 건 아파서 병원 갈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신기하게 감기도 한번 안 걸린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일주일간 격리기간을 거치고, 그 뒷수발을 오로시 내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잘 쓴 덕분인지 나는 그 속에서도 감염없이 이겨냈다.
마스크 덕분인겐가?
어쨌든 마스크는 내게 소소한 자유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