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내야 했나?
울 큰아들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말이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하향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부 장관의 학제개편안이 발표되고 나서 논란이 뜨겁다. 유아기 아동들의 발달과정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공격하며 뿔난 엄마들과 관련 단체들이 시위에 나섰다. 예상 밖의 반응에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 했던 윤 대통령은 말을 바꿔 공론화를 지시했고, 박장관도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된 사회부총리로 자격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로서 대통령 독대 첫 업무보고 후 야기된 이 논란으로 그 자리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 뜬금없는 조기입학 논란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입학일인 3월 1일을 기준으로 취학통지서가 발송되었기 때문에 만 6세가 되는 1월 2월생들의 조기입학으로 우리 사회에서 빠른 이란 수식어로 빠른 생들이 족보를 흐린다는 농담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우리 큰아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때에는 취학 기준 연령이 만 6세가 되는 당해년 기준으로 바뀌어, 2003년 01월 01일생부터 2003년 12월 31일생까지로 확정되었다. 2004년 01월 생인 우리 아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장에게 따로 조기입학신청서를 제출해야만 학교를 갈 수 있었다.
1~2월생이 7살에 학교에 가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사항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학교를 일찍 보내는 것을 꺼리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있는 울 아들과 같은 빠른 생 아이들이 입학을 미룰 때, 나는 학교에 조기입학신청서를 제출해서 우리 아들은 7살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원장수녀님께서도 요새 다들 조기입학을 기피하는데 왜 보내려 하시느냐며, 1년만 더 맡겨달라고 청을 하셨었다.
당시 내 생각엔 유치원 7살 반 두 번 다니느니, 학교 가서 일년을 보내는 게 시간도 벌고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또 우려할 만큼 발달이 더딘 아이가 아니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안 간단 소리만 말고, 가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다 오라는 당부로 큰 부담없이 학교를 보냈다. 다행 뒤처짐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항상 성격대로 싱글벙글 환한 미소로 친구들과도 잘 지내서 학교 잘 보냈다 싶었다.
그런 이유로 학습에 대한 기대나 욕심은 엄마인 나로서도 크게 갖지 않았다. 학습부담없이 학창 시절 내내 즐겁게만 지내라고 어깨를 도닥였다. 이렇게 원없이 노는데, 공부는 할 때 되면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희망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두 번째 고3 생활?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엄마 덕에 넌 일년을 번거야!"
"엄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내가 내 나이에 갔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잖아"
그말인즉은 말은 안했어도 제나름 힘들었던 혹은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단 얘긴가?
돌려 생각하면 내가 꽉 채운 8살에 울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면 어땠을까? 입장이 달랐을 것 같긴 하다. " 너는 친구들보다 꽉 차게 영근 나인데....."라며 뭐든지 최고로 아주 잘 하기를 바라며 그 이상의 관심과 집중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잘해야 한다는 기대와 욕심으로 끊임없이 독려하고 이끌면서 또래 아이들보다 더 돋보였음하는 바램에 욕심을 많이 내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됐어가 아니라 넌 더 잘할수 있어. 좀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해봐. 더 잘 할수 있다고 확신하며 끊임없이 지지해주고 뒷받침 했더라면 그 과정속 소소한 목표의 성취와 기대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자신감들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에 괜한 생각을 해본다.
사실 영유아기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보면 한두달 차이도 엄청나다. 그 영향이 초등 저학년때까지는 상당히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그 차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허나 아이 입장에서 보면 어릴적 그 태생적 격차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경험적 아쉬움의 결과들이 성장과정에서도, 어른이 되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수 있음이다. 자신감의 결여 혹은 원인을 알수 없는 열등감이라든지 등등.
두서없는 얘기들로 내 머리속도 엉켰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지?
요는 내가 우리 아들을 7살에 초등학교보내면서, 마음을 너무 내려놓았단 얘기다. 그때의 그맘을 우리 아들도 익히 읽었기에 학창시절 내내 즐거우면 됐고, 공부도 요 정도면 됐지하고, 자기만의 중간 기준치를 갖고 지내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고로 만5세 초등입학이라는 교육부 발표에 많은 교육관련 단체의 거센 반발 반응을 뒤로하더라도 학부모들의 우려섞인 반응을 십분 이해한단 얘기다.
선택권을 쥐고 한 선택에도 아쉬움이 남는데, 강제되는 의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선택이라면 그 불안과 걱정을 초등내내 학부모로서는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만6세 정도면 초등입학에 무리가 없지만 만5세는 상당히 무리라는 생각 말이다.
아무튼 매사에 여유만만
넌 왜 그렇게 욕심이 없냐고 아들을 다그치면서도, 한편 내가 그렇게 키웠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아이는 또 변할것이다. 지금껏 아쉬움이 없었으니 욕심도 없었겠지. 허나 세상을 좀 더 살다보면 없던 욕심이 생길 날도 오겠지라고 나를 위안해본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와 다르게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기저귀를 차고, 말한마디 못하는 상황에서도 일하는 바쁜 엄마 아빠 대신 어린이집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만 5세가 됐던 만 6세가 됐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조종하든 안하든, 아이들이 과거와 다르게 일찍 학교생활을 시작해도 그에 잘 적응해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조정은 자연스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계적으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 보육시스템처럼 그런 과정이 학교교육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먼저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교육정책시행의 시험대에 올라 겪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혼란과 불안을 너무 어린 나이에 경험하지 않았음 하는 바램이다. 정책 하나가 바뀜으로써 파생되는 도미노식 혼란도 미리 예상하며 좀더 안정적이고 단단한 변화의 틀을 마련해야 가야 할 것이다.
지금도 오후1시에 학교수업이 끝나는 저학년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원으로 직행한다. 만5세 입학이 시행된다면 그만큼 학원 뺑뺑이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것 외에 무엇하나 아이들에게 득될게 없다.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 고달픈 시간이 일년 당겨질 뿐이다. 맞벌이부부가 늘고 있는 세상변화 속에서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요즘 같은 초등교육 시스템에서 조기입학이 소득격차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는 뭘 몰라도 한참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공교육에 거는 기대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무너진지는 아주 오래전 얘기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이제 이 말은 우리나라 교육현실과는 거리가 먼 옛 성현들의 박제된 옛 말이지 싶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교육관련 계획들은 정말 조령모개급이다. 정권바뀔때마다 널뛰기를 한다.
우리나라가 발전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