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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Nov 26. 2022

뼈찜이라고 드셔보셨나요?

전 첨이라...ㅎㅎ

쌀쌀한 바람이 유난히 사람의 몸과 맘을 움츠러들게 할 때면 따듯한 국물이 그리워진다. 얼마 전 마트에서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끄는 한돈 등뼈 2팩을 묵직한 걸로 골라서 사 왔다. 등뼈를 푹 고아서 뜨근한 시래기감자탕을 넉넉하게 끓여보고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사정으로 다섯 명 중에  두 명이 빠지게 되니, 두팩을 몽땅 했다가는 며칠을 두고 먹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팩은 냉동실로 직행하고 한팩만 잘 손질해 시래기감자탕을 끓였다. 텁텁하지 않은 맑은 감자탕을 위해 된장도 생략하고, 새우젓으로 밑간 해서 들깻가루도 조금만 넣고 끓였다. 맑고 개운한 맛으로 다음날까지 온 가족이 뜨근하게 한 그릇씩 기분 좋게 비웠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집 시래기감자탕에는 못 미치지만 식구들 모두 만족한 한 그릇이었다.

시래기감자탕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오늘, 냉동실에 넣어둔 돼지등뼈로 또 시래기감자탕을 끓이기가 왠지 주저스러워졌다. 입맛 까다로운 우리 집 둘째와 그 녀석이 꼭 빼닮은, 입맛 더 까다로운 키 큰 아저씨의 반응이 불을 보듯 뻔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재료도 빨리 해치워야 하고, 뭐 새롭게 할 만한 게 없을까 싶어 궁리하다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뼈찜"이란 메뉴가 생각났다. 맞다! 등뼈로 뼈찜을 한번 해보자.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눈에 띄는 레시피들을 몇 개 쓰윽 보니, 아! 매콤한 돼지갈비를 하듯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마트에서 큰 폭 세일할 따마다 종종 만들어 먹는 것이 매운 돼지갈비찜이니, 어려울 게 없었다. 돼지등뼈다 보니, 시간만 더 넉넉히 끓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난생처음으로 돼지등뼈 찜을 해본다. 실제로 먹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그런 메뉴를 말이다.

아무튼 음식을 하다 보면 같은 재료로 다양한 궁리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정체불명의 이상한 음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식은 양념이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맛이 산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콩나물을 넣고 해 볼까? 감자를 넣고 해 볼까? 하다가 그래! 갈비찜처럼 요즘 맛있는 무를 잔뜩 넣어보자고!

그래서 매운 돼지갈비찜을 닮은 돼지등뼈찜이 완성되었다.


방법은 별것 없다.

돼지등뼈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돼지등뼈를 깨끗이 씻어 팔팔 끓는 물에 튀기듯 삶아낸다.(처음부터 찬물에 넣어 끓여도 된다)

 삶아낸 등뼈를 깨끗이 씻어 물을 적당히 넣고 푹 끓인다.

중간에 무를 넉넉히 넣고 양념장을 끼얹어 본격적으로 끓여준다.

처음부터 무와 양념장을 등뼈와 함께 끓이다 보면 뼈에 붙은 살이 푹 익기도 전에 양념이 걸쭉해져 자칫 탈 수가 있어 맹물을 추가해줘야 한다. 또 무도 너무 끓이면 형체도 없이 뭉그러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단 얘기다. 처음부터 양념을 해서 끓여도 별 문제는 없다.ㅎㅎ

양념도 그렇다. 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설탕, 후추 정도면 된다. 새우젓한숟가락은 취향껏!

인터넷에 떠도는 황금 레시피를 참고하면 훌륭할 것이다.ㅎㅎ


한참을 끓였더니, 국물은 자작하게 졸아들었고 보기에도 제법 그럴싸한 비주얼의 돼지등뼈찜이다. 뜯어먹을 만한 살이 갈비찜에는 못 미치지만, 살맛이 고소하고 달달하니 완전히 성공이다. 혹여 발골 기술이 너무 뛰어난 기술자의 손길이 훑고 간 등뼈라면 정말 뼈에 붙은 양념 맛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 ㅋㅋ


고기에도 간이 잘 배었고, 무도 달달하게 입맛을 당겨주고, 국물은 자작하니 밥에 쓱쓱 비벼 겉절이 김치 하나 올리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밥도둑이다.


내일 입맛 까다로운 우리 집 둘째도 이 맛을 본다면, 입꼬리가 쓰윽 올라갈 맛이다.

우리 둘째 호돌이! 학교에서 저녁도 맛난 걸로 잘 먹었을까?

이런 날은 누구 하나 빠지면 참 서운하다. 


같은 재료! 전혀 다른 맛! 음식을 만든다는 건 종종 요술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ㅎㅎ

담에 또 한 번 맛보고 싶은 그런 맛이다.

오늘은 내가 요술사? ㅎㅎ

처음 해본 음식에 운 좋게 맛이 참 좋아서 기분이 좋다.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첫 등뼈찜을 성공해서 기분좋은.....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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