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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12. 2022

방어무조림

대방어 회로만 먹다 그 맛이 궁금했나 봐요. ㅎㅎ

"자기야! 엊그제 고등어 먹었는데, 고등어를 뭐하러 또 사 왔어? 냉동실에도 있는데..."

"여기 봐봐, 이거 고등어가 아니라 방어야. 방어! 얼마나 크고 싱싱하냐? 그냥 회로 먹어도 될 정도야!"

검푸른 빛 도는 등이며, 은빛으로 빛나는 배 쪽 하며, 탄력 넘치고 투명한 눈알까지 한눈에 봐도 선도 최상이다. 게다가 조림용으로 적당하게 토막 내 손질한 솜씨마저도 센스가 넘친다. 이렇게 크고 살이 깊은 생물 생선은 너무 길게 토막을 내면, 저 깊은 속까지 양념 맛이 제대로 배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적당한 굵기로 사선으로 눕히듯 토막을 내면 양념 맛이 골고루 배게 할 수 있다.

싱싱하다 못해 너무 섬짓할라나?

난 정말 생물 고등어인 줄 알았다. 언뜻 봐선 고등어인지 방어인지 구문이 잘 안 된다. 자세히 보아야 뭐가 좀 다르긴 하네 할 정도다. 토요일 오후 우리 집 제비아빠는 큰아들이랑 둘이서 데이트 삼아 마트에 갔다가 간식거리 잔뜩 사고, 고기도 사는 중에 수산코너에서 이 싱싱한 생선조림용 손질 방어 팩에 맘이 쏙 빠졌던 모양이다.


12월 들어 대방어 회만 벌써 몇 번을 먹었는지 모른다. 신기하게도 제철을 맞은 대방어 회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러니 이 큰 방어 한 마리 달달하게 양념해서 졸여 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했겠지!ㅎㅎ


생물 방어 그 빛나는 탱탱함이 사라지기 전에 냉큼 조리해본다.

간밤에 월드컵 8강전 보고 늦잠도 푹 잤겠다 점심 겸해서 여유 있게 준비해 본다.

나도 방어 조림은 처음이다.


먼저 무를 큼지막하게 토막 내서 냄비 바닥에 깐다.

그 위에 토막 낸 싱싱한 방어를 쫘악 펼쳐 올린다.

양파를 채 썰어서 그 위에 흩뿌린다.

빠알간 양념장을 넉넉하게 뿌려준다. 무도 굵게, 생선도 굵게 토막 냈으니, 양념장은 내용물이 자박자박하게 잠기도록 넉넉한 양으로 맞춰준다.

대부분 생선조림의 양념장은 비슷할 것이다.

파, 마늘, 생강, 후추,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액젓 약간.

나는 액젓 대신 보통 새우젓을 이용한다. 액젓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신경 쓰여서 말이다.ㅎㅎ

양파 체썰어 흩뿌리고, 양념장 자작하게 끼얹고..


요새 우리 집에 고춧가루가 넉넉한가 보다. 과하게 넣었다. 고춧가루 범벅이다. ㅎㅎ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숟가락으로 국물을 끼얹어가며 생선에 간이 배어들도록 한참을 조렸다. 생선 조림은 조금 달달해야 더 맛나게 느껴진다. 내 입맛엔 간장과 설탕의 비율이 3:1 정도양념장으로서 달달한 정도는 딱인것 같다. 설탕 대신 주로 매실 액기스를 쓰긴 한다.

방어 무조림이 완성되었다.

역시나 살이 엄청 깊고 실하다.

살을 똑 떼어내어 국물 자작하게 끼얹어 먹어야 제맛이다.

무도 달달하고, 부드럽다.

잘 구워 나온 곱창김에 한 입 싸 먹으니, 이 조합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양념이 같으니, 방어조림의 맛도 고등어조림과 맛이 비슷하다. 하지만 고등어보다 기름기가 적다. 고등어보다 고소한 맛은 덜하고 깊은 살은 퍽퍽하기도 하다. 그래서 양념을 충분히 젹셔서 그 맛을 봐야 한다.

사실 고등어인지 방어인지 구분 안갈 맛이다.ㅎㅎ

보글보글

밥 한 끼 먹고 나니 한나절이 다 가버렸다.

이런 날은  금요일 밤으로 되돌아가 다시 주말을 시작하고 싶어 진다.

시계를 2배속으로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너무너무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쉽고 아깝고 그렇다.


하는 것 없어도 시간은 너~~ 무 잘 간다.


어설프게 이른 잠 자고 났더니, 애매한 시간에 잠이 깨어버렸다.

이런 일요일 밤은 좀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언제 자남? ㅎㅎ

2022년 12월 11일 일요일

방어조림 맛나게 먹고...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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