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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13. 2022

무늬만 부대찌개요.

어라? 부대찌개 맛이 나네요. ㅎㅎ

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종일 눈발이 흣날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우산까지 썼건만 빗발인지 눈발인지가 뒤섞여 바람까지 합세하니, 롱패딩의 앞자락이며 소매며 담뿍 젖어버렸다. 하지만 냉기없이 포근한 한낮이었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 큰아들이랑 사골국물 넉넉히 넣어 만두국을 끓여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랫만에 먹으니, 또 이렇게 눈내리는 겨울에 먹으니, 뜨근한 국물이 온몸을 살살 녹여주어 더없이 행복하고 맛난 점심이었다. 비비고 사골곰탕에 비비고 왕만두가 조화를 이루니, 라면보다도 쉬운 만두국 한그릇이었다. 진한 감칠맛이 도는 조미료맛. 가끔은 그 맛이 사람을 기분좋게 해준다. ㅎㅎ

뜨끈뜩끈한 만두국 한그릇

날이 포근하니, 오는 족족 눈이 쌓이지 않고 녹아내렸다. 눈이 소복이 쌓이면 울 꼬맹이랑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오늘 날씨는 그 기쁨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쉽다.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오래전 추억이 배달됐다. 바로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말이다. 아이들 어렸을때 사진첩 삼아 그 예쁜 모습을 담아두곤 했는데, 눈오는 날, 또 눈이 왔던 그 옛날의 추억을 선물처럼 받으니 마음이 남다르다. 저렇게 좋았던 눈오는 날의 추억! 이제 눈이 와도 엄마따라 놀러나갈 그 어린 아들들이 없다. 엄마가 나가자 해도 귀찮아 할 판이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2013년 12월 13일 눈이 와서 즐거운 우리들

2013년 12월 13일, 2020년 12월 13일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왔다. 창밖으로 소복이 쌓인 눈에 강아지마냥 즐거웠던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새삼스런 우리들 모습에 저렇게 즐거웠던 기억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구나 했다. 꼬맹이랑 운동장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던 순간도 이젠 추억속에 잠들어있다. 해가 갈수록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설레임 가득한 기대감은 줄어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나간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은 날이 갈수록 진해진다.

2020년 12월 13일 첫눈온 날 꼬맹이와 엄마의 작품

집밖에서 주방 환풍기를 타고 드나드는 바람소리가 괴상스러울만큼 세다. 아마 내일 아침은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있을 것 같다. 녹아든 눈발에 길이 빙판이 될 것 같다. 출근길이 상당히 곤란할 것도 같다. ㅎㅎ


오늘은 오랫만에 부대찌개를 끓여봤다. 말이 부대찌개지 사실 햄만 한캔 넣어 아이들에게 부대찌개라 눈속임하는 김치찌개가 더 맞을 것이다. 소세지도 없고, 고기한점도 없어 두부와 어묵 그리고 햄과 김치를 넣고 사골국물팩으로 육수를 대신 했다. 대파, 양파, 마늘 듬뿍 넣어 보글보글 오래도록 끓였다.


아이들은 햄만 속속 맛있다며 골라먹었다. 국물에서 제법 부대찌개 맛이 난단다. 아마도 사골육수팩 덕분인가 보다.

"애들아! 양심이 있어야지. 김치랑 두부랑 어묵도 골고루 먹어줘야 얘들이 좀 덜 서운할 거 아냐? 알았어?"

그릇 가득 김치와 두부를 떠서 담아줬더니, 군소리 없이 제 몫을 다들 잘 먹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이 지역 부대찌개맛 근처에는 못가도, 소세지 하나 안들어가도, 들어간 재료 별로 없어도 부대찌개라 우기는 엄마에게 반기 못들고 애들이 제법 맛나게 먹어줘서 고맙다.


매일 매일 먹는 사람에겐 그 나물에 그 밥 일지라도,

밥상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가족들의 입맛을 고려하고 건강을 생각해 만들어내는 정성과 고민의 결과다. 매일 매일 두, 세끼를 만들어내는 엄마는 식당 아줌마보다 아마 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가 싶다.

식당이야 정해진 메뉴가 있으니, 그 메뉴대로 하루 하루 루틴대로 해나가면 되니까.


내가 그렇단 얘기다.ㅎㅎ

날 추워지니 매일 매일 뭐 먹을까가 더 고민이다.

몸이 움츠러드니 저녁 한끼라도 더 푸짐하게 맛나게 기분좋게 먹이고픈 마음은 변함없는데,

장보기 귀찮고, 움직이기가 싫어서 더욱 그렇다.


울집 녀석들! 엄마의 이런 맘 알기나 한걸까? ㅎㅎ

보글보글 바글바글

소리만 요란하게 맛난 부대찌개 ㅎㅎ


2022년 12월 13일 월요일

종일 내리는 눈이 싫지 않았던 오늘

눈오는 감상에 빠진......늘봄 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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