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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14. 2022

또?

이번엔 포항 구룡포에서 꽁치과메기가 왔네.

"밖에 택배 왔을 거야"

이제 문앞에 택배가 왔을 거란 이 말이 종종  반갑지가 않다.

우리집 제비 아빠에겐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를 묘한 습관같은 것이 있다. 일단 한번 맘에 들면 질리도록 파고든다는 것이다.


일이나 취미 생활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옷이며 먹거리에서 보이는 그런 취향은 종종 사람을 당혹스럽게 할때가 있다.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똑같은 옷을 여러개 사서 그옷만 편하다는 이유로 입어댄다. 결혼전엔 그 취향을 몰라서 '맨날 저옷만 입고 다니네' 했는데, 나중에 보니 똑같은 옷을 여러개 사서 돌려입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다 맘에 든 식당 하나를 만나면 친구들 만날때마다 그곳에 데리고 가서는 질리도록 먹고, 그 뒤로 한두번 뭔가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발을 딱 끊어버린다. 음식만드는 손재주는 없어도 식재료에는 관심이 아주 많아 이것저것 관심껏 욕심껏 열심히 사들인다. 그러다 맛있다고 감탄을 하거나 또 먹고 싶다고 한소리 하기가 무섭게 주문에 주문이 꼬리를 문다.  참 독특한 사람이다. 어쩼든 그런 이유로 엥겔지수만 엄청 높은 우리집이다.


그 덕에 나는 우리집 주방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며 별의별 식재료를 손질도 해보고 요리도 해보는 많은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할 도치라는 생선으로 얼큰한 해장국도 끓여보는 색다른 경험도 해봤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진 동해쪽 지역음식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 초등시절엔 주변에 그런 음식을 맛본 이, 들어본 이 거의 없었지 싶다. 그때 동해안에 고기잡는 어부들 사이에서 해장국으로 유명한 탕이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태어나서 그렇게 요상하게 못생긴 생선은 처음이었다.묵은 김치를 쫑쫑 썰어넣고 다시마육수에 푹 끓이면 기가 막히게 시원하고 칼칼한 탕이긴 했다. 나 역시 지금껏 식당에선 그 제 맛을  맛보진 못했다.


그렇게 우리집 주방에선 일반 가정집에서 쉽게 구경 못할 다양한 먹거리, 특히나 해산물 관련해서는 귀한 식재료까지 맛볼 기회가 많긴 했다. 어설픈 초자 요리사가 제 맛을 내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ㅎㅎ


얼마전 청어과메기를 먹을때 또 내가 괜한 소리를 한 모양이다. 오랫만에 과메기를 먹으니까 맛나고, 소주까지 곁들이니 기분까지 좋아서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었었다. 그 와중에 청어과메기는 첨이라 내 입맛에는 꽁치과메기가 비주얼도 맛도 훨씬 낫다고, 담엔 청어과메기는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지나치듯 얘기했다. 그때도 두팩을 사서 둘이서 두세번에 걸쳐 나눠 먹었으니, 올 겨울 과메기 맛은 이것으로 족하다 했는데, 오늘 또?

상의도 없이 예고도 없이 또 꽁치과메기가 택배로 왔으니, 나야 조금 당황스럽다.


그래서 오늘은 포항에서 온 꽁치과메기 안주로 준비한다. 깔부터 청어과메기와 다르긴 하다.

청어과메기보다 살이 얇아 더 쫀득하고, 더 잘 건조된 느낌이다. 맛도 더 고소하고, 특유의 발효숙성된 듯한 냄새도 덜하다. 꽁치특유의 등푸른 빛이 시각적으로도 더 입맛을 돋운다


아이들을 위해선 벌집무늬 예쁘게 세겨진 삼겹살을 김치와 함께 구워본다.


저녁 한끼!

요 며칠은 시험기간 중인 둘째도 오랫만에 일찍 귀가해 함께 저녁을 먹으니 식탁이 더 오붓해진 것 같다.

2022년 12월 14일 수요일 정말 추운 날

과메기를 질리도록 먹을 것 같은.....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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