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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16. 2022

탱글탱글 도토리묵

다람쥐랑 나눠 먹어야 하나?  ㅎㅎ

도대체 이게 무슨 가루지?

비닐봉지에 두 겹으로 단단히도 묶여 있다. 손끝으로 매듭을 풀고 냄새를 맡아본다. 어? 뭐지! 살짝 손끝으로 맛을 본다. 무취 무미 냄새도 맛도 없다. 혹 미숫가루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도대체 뭐지? 봉지를 손에 들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 맞다. 그거네 그거!


지난 늦가을에 울택상이 선물 받아 들고 왔던 그것! 바로 국산 도토리 가루다. 그 귀한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이들 간식장 안에 과자봉지 사이에 묻혀있어서 그게 거기에 있었는지조차 까먹고 있었다. 선물을 주신 분의 마음을 생각하면 참 성의 없는 행동이긴 했다.


눈이 오니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없이 포근하고, 낭만적이고 좋은데 볼일 보러 나가야 했던 나는 오늘 꼭 아니어도 되잖아 싶어 할 일 접고 집에서 창밖 눈 오는 정취를 즐기기로 했다. 오전 11시쯤 되니까 그 가루가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 애쓰셨을 그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말이다.

그래서 빈둥빈둥 낭만도 좋지만 조금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고 도토리묵 만들기 레시피를 뒤졌다.


음! 대충 그렇게 만든다고! 알았어!

핵심은 1 : 6이다. 도토리가루 1컵이면 물은 6배를 넣어 잘 녹도록 저은 다음, 가스불 위에서 바닥이 눌어붙지 않도록 중불로 뭉근히 끝까지 잘 저어가면서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냥 물만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지만 맛이 밍밍하니까 간간하게 소금도 조금 넣어 간을 살짝 맞춰준다.

뿌옇던 물이 바닥부터 서서히 갈색으로 변해 간다. 열심히 저어야 러붙지 않는다. 젓다 보니 도토리가루 물이 익어가면서 너무 퍽퍽해진다. 이거 아닌데 싶다. 그래서 내 맘대로 물을 한 컵 추가한다. 그래도 너무 퍽퍽하다. 주걱으로 젓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물을 한 컵 더 추가한다. 에이~ 반 컵 더! 이 정도면 되겠다.


온전히 익었는지 냄비 속 도토리 국물이 밀가루풀처럼 되직해지고 색깔도 도토리묵 색깔이 됐다. 용암처럼 폭폭 솟아오른다. 불을 약불로 줄이고 계속해서 눌어붙지 않도록 꼼꼼하게 젓어가며 끓이다가 마지막 1~2분 정도는 뚜껑을 닫고 을 들인다. 완성!


마무리는 예쁜 유리그릇에 참기름 둘러 기름치고 쪼르륵 담아 모양대로 굳히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그 도토리묵이 집에서도 완성된다. 찰랑찰랑하고 매끈하게 예쁜 갈색빛의 도토리묵 말이다.


직접 만들어보니, 레시피의 도토리가루 : 물의 비율 1:6은 너무 뻑뻑하다. 1:7 혹은 1:8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그 찰기를 보니, 1:6은 뻑뻑한 대신 찰기는 대단할 것 같고, 1:8 정도면 아주 말랑말랑 잘 휘어지는 정도의 묵이 될 것 같다. 귀한 가루니 물을 넉넉히 넣어 크기를 늘리는 것도 뭐 바람직하지 않나? ㅎㅎ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오늘 계량컵으로 두 컵 되는 도토리가루를 이용해 예쁜 묵 두 판을 만들었다.

탱글탱글...ㅎㅎ

아주 예쁘다.

오늘은 집에서 저녁 먹을 일이 없었는데, 밤 9시에 출출하다는 우리 꼬맹이와 한판 예쁘게 잘라 고소한 양념장에 찍어 야참으로 먹었다. 아주 맛있다. 

보기 좋은 떡이 확실히 맛도 좋다.

도토리묵 한판


내일은 맛있는 도토리묵밥을 먹어보자.

기대하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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