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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12. 2022

용필이 아저씨가 놀러 오래서....

저도 갔어요! 2022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장에!! ㅎㅎ

시작은 '바람의 노래'였다.


연 "나 요새 이 노래 많이 들어."

은 "난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 나더라?"

연 "직접 들으면 눈물 더 난댜"

은 "요샌 노래가 날 울려. 아버지 돌아가신 후론....엄청"

연 "우리도 조용필 콘서트 한번 갈까?"

현 "조용필?? 언제 해?"

연 "지금 하고 있대. 서울 12.3 12.4 예매가능한 게 그거 인듯.."

현 "좋다!"

연 "토욜7시 일욜6시 난 일욜거 가능해 보임 월욜 연가내면 됨 ㅎ"

현 "나도 월욜 오프야"

은 "그럼 일욜거 보자. VIP로"

연 "VIP는 없어. 좋은 좌석은 없네. R석으로 해야 할 듯"

11월 27일 친구들과 카톡하다가 우리가 조용필 세대는 아니다만.....가자!고

용필이 아저씨 더 나이들기 전에, 우리에겐 이번이 마지막일지도....ㅎㅎㅎ


그래서 12월 4일 6PM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CONCERT KSPO DOME에 갔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시작부터 빵 터져 버렸다. "꿈"이었다.

30년전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 하늘아래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나의 맘이 이랬을까? ㅋㅋ

어렸을때부터 뜻도 의미도 없이 흥얼거리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용필이 아저씨를 마주대하며 듣자니, 폭풍같은 감정의 회오리가 몰려와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노래가 다 끝나도록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았다.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휘몰아쳤던 그 순간의 감정폭풍은 무엇이었을까?


4년이 40년 같았다는 가왕의 한마디에 거기에 모인 만여명의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여전했다. 목소리도 모습도!


"여러분들이 오실 때,  오시기 전에 티켓을 구매했을 때 '조용필 저 사람 어떻게 변했을까' 그렇게 생각하셨죠? 내 모를 줄 알고! '전보다 늙었을 텐데' '근데 그 사람 혼자 다 할 수 있을까' '게스트는 없나,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런 생각 하셨잖아요, 솔직히." 우리 모두 빵 터졌다. 어찌 귀신같이 우리 맘을 아셨을까?


울 제비아빠도 내게 물었다.

"공연이 몇 시간 짜리야? 설마 혼자 다 하겠어! 나이가 몇인데... 초대 가수도 많이 나오고 그러겠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아무렴 혼자서 그 시간이 다 감당되겠냐 싶어 그러겠지 했다.


가왕의 팬들을 향한 진심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졌다. 이 공연을 다녀온 누군가의 평처럼 그는 노래하고, 연주하고, 얘기하고 그게 다였다. 그 흔한 휴식 타임도 없었고, 공연 중간에 물한모금 먹는 모습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팬들을 향한 진심이었다. 그 시간을 위해, 그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한곡이라도 더 들려주고픈 진심어린 마음때문이 아니었을까?


참 신기했다.

내가 조용필의 왕팬도 아니었고, 그의 노래에 빠져 음악을 주야장창 들어본적도 없고, 어린시절 우리집이 그렇게 음악이 흘러넘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나는 그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다 따라 부를고 있는 게 아닌가?

단발머리, 그 겨울의 찻집, 못찾겠다 꾀꼬리, 바람의 노래, 친구여, 킬리만자로의 포범, 고추잠자리, 모나리자, 큐....


국민학교시절부터 겨우 티비에서 듣고, 따라불렀을 법한 노래들인데, 그 시절을 주름잡았던 그의 화려한 노래들이 티비를 타고 흘러들어 내 뇌리에 각인이 된 것이다. ㅎㅎ


1950년생이니 올해 일흔 셋이다. 오빠, 형을 환호하는 그의 팬들도 이제 나이가 지긋하다. 오랜 세월동안 교감을 해온 그의 오랜 광팬들은 그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나도 정말 올해 용필이 아저씨 만나러 잘 왔구나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나의 우려와 달리 과거에 비해 별반 다른것 없는 그의 음색과 노래소리 그리고 열정.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을 연이어 이틀씩 하고도 지침이 없는 그 체력에 감사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하고...ㅎㅎ


자리를 쉽게 뜰수가 없었다.

오래도록 긴 여운을 즐기며, 마지막즈음에 자리를 떴다.


화려한 영상과 환상적인 조명 그리고 음악에 취해 광신도가 되어 교주님을 영접하고 온 것 같은 묘한 감정에 취했다. 그곳에서의 두시간 반은 환상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을 주었다.

이렇게 올려도 되나? ㅎㅎ


오랫만에 친구들과 고향이 아닌 서울 하늘에서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시원한 생맥주를 실컷 마시고, 밤새도록 수다를 떨었다. 오로시 우리들만을 위한 시간이 허락된 하루, 마치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잠들기 아깝고 아쉬운 밤이었다. 참 오랜만에 행복한 하루였다.


마지막 공연이라, 볼사람 다 봤는데 어때?하고 이날의 기분좋은 느낌을 나만의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촬영금지 안내에 걸맞게 일부를 빼곤 수준 높은 공연감상 매너?를 보여주었다. 한편으론 팬들도 나이가 들어그런지 기대보다 얌전들 하시네 했다.


슬쩍 슬쩍 나만을 위해 화면에 담았다. 나의 최애곡 몇곡은 풀영상으로 찍어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으나, 양심상 그러질 못했다. ㅋㅋ 그래서 많이 아쉽다.


집에 돌아와 그런 아쉬움을 울 제비아빠에게 전했더니, 이 남자 왈!

"유튜브에 다 떴는데.....22곡 불렀다며? 하지말라면 좀 하지마. 애들도 아니고..."


"자기야!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조용필 공연영상이 아니라 그 시간 그 곳에서 조용필과 같이 호흡하고 있는 나만의 추억영상이 필요해서 그런 거지! 참 몰라도 너무 뭘 몰라."

문제된다면 깨끗이 지울께요. 이런게 불법영상인감? 모르겠네..ㅋㅋ


어린 시절 나에게 조용필의 노래소리는 참 달콤하고, 감미로웠다.

트로트가 세상 노래의 다인줄 알았던 내겐 더더욱! ㅎㅎ


울 아버지는 나훈아의 님 그리워를 시작으로 술만 드시면 흥에 취해 트로트 매들리를 뽑아대셨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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