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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Nov 24. 2022

커피 두 잔!

일상! 휴식에 취하다.

바깥세상은 뿌연 안개가 가득..... 아니? 우리 집 뿌연 유리창 때문인가? 

아침 햇살로 가득 찬 거실의 따듯한 온기. 이게 바로 남향집에 사는 호사이다. 오래도록 서향집에서 살았기에 오후만 되면 거실 가득 햇살이 쳐 들어와 블라인드를 치고 아이들과 놀면서 서향집은 이래서 안 좋아라고 블라인드를 칠 때마다 투덜대며 살았다.


서향집에서는 붉게 노을 지는 해 질 녘 풍경에 감탄하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 이 집은 고개만 살짝 돌리면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볼 수 있다. 해 뜰 녘이나 해 질 녘이나 모두 인간의 탄사를 부르는 멋진 풍경이다.


오랜만에 아침 여유를 즐기고 있다. 벌써 커피만 두 잔째다. 일찍 브런치에 들러 이글 저글 읽어가면서 잔잔한 사색을 하며 즐기고 있다.

 "그러게! 어제 잠들기 전 집 청소 싹 하기 잘했네. "


다른 때 같으면 청소한다고 종종 거리고 다녔을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더 좋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니던 옛날엔  유일하게 내 시간이 되는 이 오전 시간을 집안일에 뺏기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런 이유로 찾아낸 한 가지 해법이 아이들 잠든 밤 시간에 청소를 싹 끝내고 자는 것이었다. 빨래도 저녁나절에 돌려 널기도 했다. 집안일에 쓰기엔 너무 아까웠던 그 시간을 나 하고픈 것을 하며 보내니 맘이 너무 좋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을 한 건 아니다. 그냥 빈둥대도 좋았던, 나만의 시간이 간절했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20년을 해도, 집안일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에겐 가족의 편안함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숙제, 과제 같은 것이다. 이 숙제는 과연 끝이 있기는 한 걸까?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숙제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또 누군가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불편함 없게, 적당히 대충대충 그렇게 해도 누가 날 혼내는 사람 없고, 완벽하게 잘했다고 누구 하나 상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난 집안일은 적당히 대충대충 하면서 '내가 좀 더 진심을 담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평생 데리고 다닐 것이다. 


요즘엔 가끔씩 누리게 되목요일 시간의 휴식이 좋다. 요 며칠은 아침 출근시간에 여유를 좀 갖고 싶어서 오래전 그 패턴을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아침에 먹고 난 설거지만 간단하게 끝내면 집안일은 끝이다.


수능 후에 우리 아들이 앞으로 엄마의 집안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역시 우리 아들이라고 칭찬을 늘어지게 해 줬다. "그럼 아침 설거지하고, 청소기만 한번 돌려봐!" 그런데 청소기 한번 돌린 적이 없다. 말로만 점수 후하게 따 놓고 엄마 마음만 흐뭇하게 해 놓고 말이다. 사실 말이라도 고맙다.


자기 방 청소하고 책들을 정리 하겠다고 책꽂이의 책을 꺼내 거실 복도에 산처럼 쌓아놓았다. 이제 볼일없어 버릴 것들 이란다.

저 많은 책을 네가 보았단 얘기냐?

우리 아들이 그렇게나 똑똑해졌단 말이냐? 


제 방도 정신없이 늘어놓고 며칠째다. 12시가 다 되가는 이 시간까지 늘어지게 자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내 맘이 편하다.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맘 편하게 시간을 네 맘대로 써볼 날이 얼마나 있겠니?'


참 사람 마음이, 세상살이가 간사하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쉬는 날!  또닥또닥 의미 없이 몇 자 두드리며.....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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