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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22. 2022

오랜만에 잡채 한접시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본다. ㅎㅎ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최근 한파에 내렸던 눈이 녹지않고  곳곳에 쌓여있었는데, 이 비에 녹아내린 눈까지 합세하니 길 곳곳이 질퍽질퍽 했다. 자칫 다리에 힘이 풀려 삐끗하면 쭉 미끄러져 낭패보기 딱 좋은 그런 아침이었다.


날씨도 후줄근하고, 길상태도 마땅찮고 해서 퇴근 길엔 버스를 타고 냉큼 왔다. 사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좀 봤어야 했는데.... 저녁거리가 마땅 찮다.  냉장고엔 며칠 전 채워놓은 야채꺼리만 넉넉하다. 아이들 돈까스나 해줄까하고 사다놓은 돼지고기 안심도 있긴한데, 이런날 기름냄새 풍기며 돈까스를 만들기도 별로 내키지 않고 귀찮기까지 하다. 그래서 오늘은 계획에도 없었던 잡채를 만들어본다.


당근, 양파, 시금치, 파프리카 정도면 족하다. 일단 시금치는 파릇하게 대쳐서 물기를 꾹 짠다음 소금과 참기름 그리고 통깨를 넣어 고소하게 무친다. 야채는 가늘게 채썰어 준비한다. 돼지고기도 야채처럼 가늘게 채썰어 준비한 다음 진간장에 갖은 양념을 더해 밑간해둔다.

양파와 시금치
주황색 노란색 파프리카와 당근 그리고 양념에 잰 돼지고기 안심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하얀 양파채부터 먼저 볶아서 가는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다. 당근이나 파프리카는 볶다보면 그 자체의 색소가 기름에 묻어나오니까 자칫 양파에 색이 밸수 있으니, 먼저 볶아주는 것이다.

당근도 파프리카도 그렇게 살짝만 볶아서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준다. 야채를 볶을 땐 항상 짧은 시간안에 그 색감이 살아있게 너무 무르지 않게 볶는 것이 중요 포인다.

고기도 팬에 기름 살짝 둘러 달달하게 볶아낸다.

다 볶아서 완성된 야채와 고기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이다가 당면을 넣어 푹 삶아준다. 7-8분 정도면 족하다.

잘 삶아진 당면을 찬물에 행궈 물기를 쪽 뺀다음 팬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달달 볶아주면서 진간장과 설탕을 넣어 달달하면서 짭쪼름하게 당면의 간을 맞춰주면 된다. 이렇게 해두면 잡채속 당면의 꼬들함이 오래간다.


자! 모든 재료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이제 모든 재료가 잘 이도록 잘 버무려 주기만 하면 된다.

고소한 통깨를 넉넉히 뿌려 마무리하니 보기에도 화려한 잡채가 완성 되었다.


사실 잡채는 만드는 사람 맘이 이끄는대로 다양한 야채를  활용하여 만들면 된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야채들의 그 자체 맛으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고기가 빠지면 맛도 영양도 섭섭하니 꼭 챙겨주면 좋다.

전통적으론 생소하겠지만 도라지와 머리 꼬리 깔끔하게 손질해서 데친 숙주가 들어간다. 거기에 표고버섯과 소고기도 빠지지 않는다.


오늘은 돼지고기를 이용해 잡채를 만들었지만, 소고기를 이용하면 훨씬 품격있는 잡채를 만들 수 있다.

각종 야채를 가늘게 채썰어 볶고, 쇠고기를 곁들여 색감 예쁘게 완성해서 꽃빵 몇개 곁들이면, 당면없이도 맛나게 멋진 고추잡채도 완성할 수 있다.


잡채를 만드는 각종 속재료들은 냉장고속 야채들이 허락하는대로 만들어도 제법 그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잡채 한접시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훌륭한 한끼지만 혹 느끼할까하여 마지막 남은 간장게장 한마리 올렸다.별반찬 없이 또 이렇게 하루, 마지막 한끼를 함께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겨울 김장김치만으로도 다른 밑반찬이 필요없는 요즘이다.


내가 어렸을 땐 특별한 날, 특별하게 먹는 것이 요 잡채였다. 특히나 어른들 생신엔 미역국과 함께 빠지지 않는 그런 음식이었다. 그런데 난 먹을게 마땅히 없을때 있는 재료로 대충 해먹는 메뉴가 되었다. 그래도 대충 한 그런 느낌없이 굉장히 공들여, 정성들여 만든 것 같기에 만들어 놓고 보면 장히 뿌듯해지는 그런 음식중 하나다. ㅎㅎ


우리 모두 오랫만에 맛있게 아주 잘 먹었다.

잡채밖에 안보이는 한상. ㅎㅎ


2022년 12월 21일 수요일 오랫만에 잡채를 만든.....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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