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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29. 2022

특별한 생일파티

크리스마스 이브의 선물!!

우리 꼬맹이공주의 12번째 생일이 지났다. 까마득했던 우리의 첫만남을 생각하면 정말 시간이 또, 세월이 얼마나 바쁘게 훌쩍 지나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오래전 추억속 울집 꼬마공주


201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처럼, 축복처럼 우리 꼬맹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위로 아들이 둘이니, 이번에 딸 낳아서 예쁘게 키우시면 되겠다던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덕담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예정일을 하루 남기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설램 가득한 기쁨을 평생 누리고자 제 발길을 재촉해 세상문을 앞서 두드린 것이다.


특별히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우리집에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며, 온 가족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캐롤 대신 생일축하송을 부르게 된다. 올해는 특별히 거실에 만들어놓은 꼬마 크리스마스 리를 뒤로하고 직접 제 방에 또 하나를 손수 설치했다. 아기자기하게 소소하게 스스로 제 머리속에 그리던 생각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제 생일을 예쁘게 맞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올해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으니, 선물 대신 즉석에서 떡볶기를 만들어 먹는 두끼 떡복이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다른 뷔폐에 가자는 오빠의 꼬드김에도 굳건했던 꼬맹이인지라 바쁜 다른 가족들의 일정?을 고려해 한가한 날을 따로 잡아 엄마랑 둘이 가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가기전부터 방문리뷰를 어찌나 보고 또 보던지...

"꼬맹아! 너는 평생 그렇게 남의 뒷꽁무니만 따라다니며 흉내만 낼래? 가서 좀 창의적으로 만들어볼 생각을 해봐! ㅎㅎ"

가기전부터 어찌나 입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대든지... 식당에 가서는 울 꼬맹이에게 주문했다.

 "오늘은 네가 주방장이야! 하고픈대로 만들어봐! 엄마는 꼼짝 안할꺼야. 알았지? 필요하면 엄마한테 부탁해!"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마치 이곳에 여러번 와본 사람마냥 제법 이었다. 준비된 맹물에 어묵육수를 떠다 넣으면서 이렇게 해야 더 맛있다고 했다나...어쨌데나. 수저 세팅부터 떡을 골라 야채와 함께 떡복이를 만들어가면서도 설명을 잊지 않는다. 엄마 이렇게 해야 맛있고, 이런 걸 넣으면 더 맛있데. 어떤 건 너무 맛없다고 넣지 말랬다며 과감히 패스하는 센스까지. 우리 꼬맹이 입을 통해 방문 리뷰를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튀김도 먹고, 볶음밥까지 완벽하게 만들어 먹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깔끔하게 비우고서는 한마디 한다.

"엄마! 너무 재밌고, 맛있었어! 그리고 리뷰보고 오길 잘 한것 같아.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것보다, 미리 알아보고 오니까 편하고 좋은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역시 엄마와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그런 네가 내 옆에 있으니, 엄마는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음에도 또 와서 더 맛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도 한다. 그렇게 두끼 떡복이뷔페에서 한끼를 해결하고, 오랫만에 쇼핑도 하고 오붓하게 재미난 시간이었다.


옷 한벌 예쁘게 선물 삼아 사주고 싶었다만,  이런것 하나 있음 좋겠다고 권하는 엄마에게 비슷한 것 있다며 사양하고, 그런 건 두개면 충분하다고 패스하고, 도통 눈이 반짝 거리질 않는다. 담에 필요하면 얘기하란 당부만 하고 밥만 먹고 빈손으로 귀가했다.


'어느새 네가 커서 친구같은 엄마 딸이 되었구나' 기분이 참 좋았다.


생일 점심엔 미역국에 조기구이에 울 꼬맹이가 최애하는 팽이버섯 볶음 한접시 해서 소박한 생일상 대령하고,저녁엔 모두 함께 피자와 케이크로 마무리 했다.


큰오빠는 꼬맹이 핸폰을 바꿔주겠다는데, 꼬맹이가 사양한다. 지금 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오빠는 제 쓰던 것을 물려받은 꼬맹이가 신경쓰여, 중학입학 선물 겸해서 하나 해주고픈 모양인데...ㅎㅎ

그래서 큰오빠는 중학교때 매고 다닐 가방을 하나 선물해 주겠단다. 요새 울 큰아들 주머니 사정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둘째 녀석은 아주 입을 싹 닦을 모양이네. 과자나 몇개 사줄까? 생각중이란다.


아빠는 다음날, 맛난 짜장면을 손수 만들어 주었다. 딸과 둘이 같이 가서 장보고 오는 길에 귤 한박스면 생일 선물로 족하다 했다며, 싱싱한 귤한박스를 사들고 왔다. 참 별난 꼬마 아가씨다.


우리 가족에겐 축복이요, 이 엄마에겐 든든한 보험이다.

꼬맹아! 항상 생일날처럼 즐거움 가득한 일상이 되길 바란다.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맙구나.

네 덕에 엄마는 참 행복하구나.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지난 울 꼬맹이의 생일을 기록으로 남기며....늘봄 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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