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듣는 순간, 피해자는 두 번째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두려움이었고,
이젠 모욕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진료’라는 말로 덮여버릴 때,
피해자는 또다시 침묵을 강요당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이미 마음속에서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신 거예요.
의사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방어논리는
“의료적 필요에 따른 신체 접촉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맥락을 봅니다.
• 진료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신체 부위 접촉
• 설명 없이 이루어진 행위
• 의료 보조인 없이 밀폐된 공간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그건 단순한 진료가 아닙니다.
진료였다면 설명이 있었을 겁니다.
“이 부위는 이런 이유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설명이 없었다면,
그건 진료가 아니라 가해 행위의 포장일 뿐입니다.
가해자가 먼저 합의를 제안했다면,
대부분은 이미 형사고소 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에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인정의 내용입니다.
합의서에 사과문이 포함되어 있나요?
성추행 사실을 명확히 인정하나요?
아니면 “오해의 소지를 드려 죄송하다” 정도인가요?
▶피상적인 문장 하나로는,
그 어떤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그 한 줄에 진심이 없다면,
그 합의는 침묵의 대가로 끝나버립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분들은 스스로를 먼저 의심하곤 합니다.
“정말 오해였을까?”
“진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몸은 기억합니다.
그때의 시선, 공기, 손끝의 감각.
불쾌했다면, 그건 진료가 아닙니다.
‘진료’라는 단어 뒤에 숨은 폭력을 꺼내는 일,
그건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심은 결국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 기록이 쌓여,
‘진료’가 아닌 ‘가해’로 바뀌는 순간,
피해자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