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나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찰이다.
나는 2년 넘게 여성 풋살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소소하게 즐기자’는 의미에서 팀 이름을 소소 FC로 지었다.
하지만 잇따른 경기 패배를 겪으면서, 팀원들이 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속상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소소하게 운동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기쁠 소(笑)’ 한자를 두 번 써서, ‘기쁘게 하자’는 의미로 바꿨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나는 솔직히 말해 승리가 가장 기쁘다.
우리 팀의 승리는 곧 나의 승리이자, ‘우리’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회에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팀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2년간의 노력이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무엇이 나를 더 이상 ‘소소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걸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이제는 이겨야 할 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 서론이 길었다.
그렇다면, 요즘 나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일까.
지금 문득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 수도세가 무서워
눈치를 봐야 했던 목욕이다.
지금은 조금만 피곤해도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물에
눕는다.
심지어 입욕제까지 넣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이렇게 자주 목욕을 해도 수도세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종종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잦은 목욕은 어쩌면, 내가 제법 잘 살고 있다는 증거 같기도 하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므로
그저 웃고 넘어가도 괜찮다.
또 다른 나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망설임 없이
‘강아지와 보내는 일상’이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강아지가 네 번 구토를 하고, 설사를 멈추지 않고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 일상은 더 이상 소소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너무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제야 알았다.
나에게 소소 FC 역시
너무너무 특별한 팀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