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마을 사람들은 그 개를 두고 ‘잡종’이라 불렀다. 얼룩무늬가 뒤섞인 털빛, 뼈가 도드라진 마른 몸, 그러나 눈매만은 번득이며 살아 있었다. 주인 없는 부랑개라 하여 쫓겨 다녔으나, 기묘하게도 굶주림 속에서도 죽지 않았다.
“저놈은 물어야 산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늘 그렇게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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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땅을 일구며 하루 벌어 하루를 이어가는 농민들의 삶은 이미 팍팍했다. 곡식은 늘 부족했고, 빚은 불어났다. 그 속에서 개의 존재는 짐이었다. 밭머리에 엎드려 있다가도 누군가 다가오면 으르렁 소리를 냈다. 닭을 훔쳐 물고 달아나기도 했고, 장터로 가던 소년의 다리를 물기도 했다.
개가 사람을 문 날이면 마을은 술렁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개는 더 건강해졌다. 며칠 굶주린 듯하던 몸이, 살이 차오르는 듯 보였다. 마치 물어뜯는 행위 자체가 먹는 것보다 더한 생명의 양분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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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지주에게 등골이 빠지도록 착취당하면서도, 굶주림 속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헐뜯었다. 어쩌면 개와 사람의 처지는 닮아 있었다. 개가 물어야 살 듯, 사람도 서로를 갉아먹어야 겨우 살아남았다.
“물어야 산다니… 우리도 다르냐?”
이장 노인은 어느 날 허허 웃다가도 눈빛을 흐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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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물 무렵, 마을에 역병이 돌았다. 아이 셋이 연이어 죽어나가자, 원망의 화살은 개에게 향했다.
“저 잡종이 재앙을 불렀다!”
사람들은 몽둥이와 돌멩이를 들고 개를 몰았다.
그러나 개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다리를, 팔을, 닥치는 대로 물었다. 피가 튀었고 비명이 흩날렸다. 그 순간에도 개의 눈은 살아 있었다. 그것은 살기라기보다, 단 하나의 본능이었다. 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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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주의 사냥꾼이 불러온 총성이 산골짜기를 울렸다. 개는 쓰러졌으나, 입가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었다.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개의 사체를 불태우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개는 ‘물어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였다. 그리고 그것은 개만의 일이 아니었다. 사람 또한 땅에, 빚에, 서로에게 물리며 살아가는 신세였다.
연기는 하늘로 올랐고, 아이 하나가 속삭였다.
“개가 죽었으니까, 이제 싸우지 않아도 되겠다!”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