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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소서, 제철행복)

'작은'더위는 어디로 간걸까?

by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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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만 잠시 열렸다 닫히는 풍경이 있다. 호수를 초록 카펫처럼 덮은 연잎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나 한옥 숙소의 누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산안개 같은 것들. 그 풍경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빗소리는 반가운 노크일 것이다. 창밖으로 희우, 기쁜 비가 온다. p.170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작은’ 더위 소서(小暑)인데 요즘 같아서야 이 절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태양이 말 그대로 이글이글 쨍한데다,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며칠 비를 흩뿌리다가 사라져버렸다. 태양의 기세로 봐서는 햇볕에 다 증발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만 하다. 이러다가는 '제철 행복'을 누리는 행복을 맛보지 못할 듯 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개탄하게 된다.


비가 내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더워질테니 그 전에 잠시 한숨 돌리라는 듯 찾아오는 빗줄기, 그리고 그 빗줄기를 바라보며 '비멍'하기에 좋은 나만의 장소를 찾아보는 '소서'라는데 이쯤되면 절기의 한자를 바꿔야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큰 더위에 앞서 인사를 건네는 작은 더위(소서, 小暑)가 아니라 불태우는 더위(소서, 焼暑)로 말이다.



To be continued '대서' in July 22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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