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
사람의 생각이 투명하게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다는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축복일까.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p.265
"쟤는 무슨 생각을 할까?" 반려묘 여름이를 보며 남편이 종종 묻곤 한다.
그러게. 궁금하다.
내가 예뻐라 하는 것은 알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나의 애정을 귀찮은 간섭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여기까지 생각을 뻗어나다가 내가 답한다. "그냥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아."
나의 대답에 남편 역시 설핏 웃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 답한다.
고양이의 생각으로도 마음이 상할 것 같은데 사람의 생각이 투명하게 훤히 비친다고?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스물 몇 살의 나이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도 싶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리 궁금하지 않다.
아니, 궁금함이 아주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전에 내 생각이 투명하게 비치지 않음에 안도한다.
때로는 서로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