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비교가 만든 조급함

성장의 양분, 혹은 마음을 갉아먹는 독

by Yooseob
Illustration Created w/ chat GPT

비교는 한국 사회에서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어릴 적부터 “누군가는 더 잘한다더라, 더 앞서 있다더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배경음처럼 흘러왔다. 옆집 친구, 같은 반 아이, 혹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성취가 기준이 되어 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 속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더 노력하고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조급함과 연결되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이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도,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나 자신을 끊임없이 주변과 겹쳐놓으며 비교했다.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나는 왜 아직이지?” 이런 질문은 나를 달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안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다.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 비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좋은 사례를 분석하고, 경쟁사의 결과물을 살피며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가치를 찾아내는 일. 이런 과정에서 비교하는 습관은 의외로 큰 힘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누구보다 ‘비교의 기술’을 잘 다듬어온 셈이었다.


문제는 마음이다.

작업을 위한 비교는 분명 성장의 양분이 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향한 비교는 조급함만을 키워왔다.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뒤처질까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재촉한 순간들이 쌓인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나를 앞으로 밀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지금 나는 이 습관을 새롭게 바라보려 한다. 비교는 분명 나를 움직이게도 했지만, 때로는 나를 지치게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비교는 성장으로 이어지고, 어떤 비교는 조급함으로 이어지는 걸까. 그 경계와 균형을 찾아가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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