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빨라지는 데서 오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늘 조급하다.
리서치와 콘셉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근거 없이 일하는 예술가처럼 보일 수 있다.
시각적으로 완성된 시안에 대해 논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지식과 실력을 과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아는 척을 택하고,
클라이언트 앞에서도, 동료 앞에서도 결과물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힘을 쏟는다.
하지만 그 조급함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클라이언트의 깊이 있는 질문 하나에도 쉽게 무너져 버린다.
겉모습은 번듯해 보여도, 그 안을 지탱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배우려는 자세’다.
나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묻고,
새로운 도구와 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디자인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지금의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책을 읽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배운다.
조급한 내세움은 금세 사라지지만,
배우려는 마음은 과정을 단단하게 하고
결국 오래 남는 디자인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