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척, 그 뒤에 가려진 마음
빨리 해내야 한다는 압박, 잘해야 한다는 불안은 늘 마음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조급해 보이는 디자이너는 불안해 보이고, 불안해 보이는 사람은 쉽게 신뢰받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여유 있는 척을 했다.
다급한 마음을 숨기고, 괜찮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는 애써 쫓아가면서도 겉으로는 느긋한 척, 당당한 척을 했다.
그 시기에 나를 아껴주던 친구들과 동료들은 여러 번 조언을 건넸다.
태도에 대한 말, 작업 방식에 대한 말.
그 말들은 늘 마음 깊은 곳을 찔렀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여유 있어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결국 그 충고들을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그게 가장 큰 후회다.
조급함을 감추기 위해 쓴 가면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내 안은 점점 지쳐갔다.
스스로를 속이는 데 쓰는 힘이 많아질수록, 성장의 속도는 더뎌졌다.
조급함을 걷어내기 위해 필요한 건 더 멋진 가면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약한 모습을 인정하는 용기였다.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조급하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정직함이 나를 가볍게 만들었다.
여유 있는 척하는 사람보다, 부족함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