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AI 수업은 어떻게 흘렀는가

발상부터 영상까지, 사고의 흐름을 다시 짜는 시간

by Yooseob

2025년 1학기, 나는 수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에서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열었다.

이번 글은 그 수업이 실제로 어떤 구조와 흐름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기록해 두려고 한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

발상과 리서치, 이미지와 영상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연속적인 사고 흐름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1. 발상 — 아이디어가 이미지에서 시작되는 시대


수업 초기, 생성형 AI의 개념과 최근 트렌드를 짧게 안내해 주고

프로젝트를 구상할 준비만 해오라고 했다.

예전처럼 텍스트나 말로 정리해 오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미지를 가져왔고,

초기 발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20~50장의 시각 실험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설명이 아니라, 시각적 사고의 흔적들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학생들에게 발상은 ‘말’이 아니라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아이디어는 더 이상 머릿속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생각을 즉시 형태로 뽑아내 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생각하기’와 ‘보여주기’를 거의 동시에 수행한다.


이 변화는

수업의 첫 주부터 사고의 속도와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증거였다.



2. 리서치 — 레퍼런스에서 ‘질문 기반 탐구’로


AI를 활용한 리서치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레퍼런스에 의존하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단순히 이미지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다른 감정으로 풀면 어떤 이미지가 나올까?”

“이 세계관을 확장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


AI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리서치와 발상이 서로를 밀어 올리며

하나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3. 이미지 생성 — 빠른 실패, 깊은 선택


이미지 생성 단계에서는

학생들의 실험량 자체가 달랐다.

수십수백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중 단 몇 장 만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버릴 것인가,

어떤 이미지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었다.


AI는 ‘정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훈련시키는 도구였다.


가능성이 많을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와 방향을 더 명확히 정의해야 했다.


Illustration Created w/ chat GPT


4. 영상 생성 — 사고가 시간성을 갖기 시작하는 단계


이미지가 한순간을 결정하는 일이라면,

영상은 사유의 연속성을 설계하는 일이다.


학생들은 영상 생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면 간 연결

감정선 유지

스타일 일관성

서사 흐름 같은 문제들과 마주했다.


이 단계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이미지의 완성도만 보지 않았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공기,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

감정이 이동하는 순간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AI가 영상을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에도

좋은 영상은 여전히

학생 본인이 설계한 사고의 흐름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5. 포스터 제작 — 의미를 다시 압축하는 시간


영상이 완성되고 나면

학생들은 다시 포스터 작업을 했다.

겉으로는 단순한 결과물 같지만

사실 이 단계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다시 묻는 시간이었다.


영상에서 확장되었던 장면, 감정, 서사가

포스터에서는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내 작업의 중심은 무엇인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워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프로젝트의 본질을 다시 정리했다.


즉, 포스터를 완성물이 아니라 정리의 도구로 마련했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6. 발표 — 학생들의 언어가 달라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발표 시간에 드러났다.


이전 학기라면

“이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봤습니다.”

와 같은 실행 중심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학생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 장면을 어떤 이유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리듬을 느리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부분은 서사가 흔들려서 다른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AI가 준 결과들 중 이 방향이 가장 저희가 의도한 것과 일치했습니다.” 등의


기술 사용 설명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 감정의 흐름, 의미의 우선순위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AI가 바꾼 것은 작업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생각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이 변화가 수업에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7. 이 수업이 남긴 것


한 학기 동안 나는 학생들의 작업보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더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아이디어를 말이 아닌 이미지로 구성하는 방식

질문을 설계하며 리서치하는 태도

수백 장의 시도 속에서 방향을 선택하는 감각

영상에서 흐름과 감정을 다루는 고민

발표에서 기술이 아닌 ‘왜’를 말하는 언어


이 모든 변화는

AI가 학생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다음 단계의 교육 개편을 위한 확실한 기반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9. AI 수업을 직접 열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