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인 교육을 설계하기까지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은
어디서부터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평가 방식 하나를 바꾸는 문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았다.
수업을 진행하며 보았던 학생들의 사고 흐름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그 변화의 출발점을 보여주었다.
발상은 이미지로 바로 연결되었고,
리서치는 질문 중심으로 확장되었으며,
선택과 판단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많이 이루어졌다.
이 흐름을 반복해서 관찰하면서
나는 점점 분명해졌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의 이동이라는 것.
그리고 이 이동은
기존의 수업 단위나 평가 기준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평가를 논하기 전에,
학생들이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가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
평가의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사고가 지나가는 방식의 문제였다.
어떤 사고를 거치도록 설계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한 학기 동안의 수업과 기록을 정리하면서
명확한 패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작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을 반복하고 있었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단계
시각적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선택하는 단계
시간과 서사를 통해 의미를 정리하는 단계
나는 이 패턴이
단순한 수업의 결과가 아니라
AI 시대 디자인 사고의 기본적인 흐름일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판단에 도달했다.
관찰과 기록을 바탕으로
나는 하나의 교육 구조를 정리하게 되었다.
AI Research 질문을 만들고 사고의 출발점을 설정하는 단계
AI Studio 시각적 실험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선택하는 단계
AI Video 시간과 서사를 통해 사고를 정리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단계
이 3단계는
기술을 나누어 가르치기 위한 구성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가 실제로 이동하는 경로를
교육의 언어로 번역한 구조였다.
그리고 이 흐름을
제도 안으로 옮기기 위해 설득했다.
내가 소속된
수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에서는
2026년 신입생부터 이 교육 구조를 바탕으로
AI를 정규 디자인 교육 과정 안에 포함시키기로 확정했다.
이는 새로운 과목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의미보다,
디자인 교육의 사고 단위가
조금 더 현재로 이동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아직 평가에 대한 논의는 남아 있다.
그리고 아마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의 수업과 연구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 있다.
학생의 사고가 달라졌다면,
교육이 제공하는 길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평가를 먼저 바꾸기보다
사고가 이동하는 경로부터 다시 설계하기로 했고,
그 선택을 과정과 결과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이 방향은 지금도 계속 검증되고 있으며,
다음 단계의 디자인 교육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